어려서 플라맹고 댄서였던 엄마를 잃은 카렌은 유명한 투우사인 아버지와 못된 계모 밑에서 자란다. 아버지에게 투우를 배운 후 집을 떠나 유랑극단의 멤버가 되어 활동한다. 1920년대 스페인을 배경으로 흑백무성영화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다. 세비야에서 벌어지는 투우경기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림 형제의 동화 ‘백설공주’를 스페인의 정취가 물씬 풍기도록 재해석한 아름다운 멜로드라마이다. 투우사와 플라맹고 댄서의 딸인 주인공의 이름 또한 극히 상징적인 카르멘이다. 역동적인 전개, 기타선율과 플라맹고, 인물들의 화려한 의상은 흑백영화에 무대사로 진행되는 영화에 활기를 더해주면서 보기 드믄 수작을 완성시킨다. 중후반부터는 고딕풍 저택의 밀실이 공간적 배경이 되면서 1940년대 할리우드 고전 멜로나 스릴러를 보는 듯한 특별한 재미까지 선사한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날아온 개성 넘치는 백설공주와 함께 스페인의 풍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 것.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