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경쾌한 랩의 리듬을 타고 필리핀 마닐라 근교의 파사이시티 거리를 훑는다. 농구 선수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청년, 거리에서 꼬치구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모녀, 미치광이 조연 배우, 호모포비아에 사로잡힌 택시기사와 게이 커플, 그리고 성마른 전직 형사에 이르기까지, 도시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인생을 살아가는 곳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인생들 이면에는 각박한 도시의 삶이 배태해 놓은 흉포함이 도사리고 있다. 영화는 무심한 듯 그들의 오후 한 때를 포착하면서 화면 사이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을 녹여낸다. 그리고 서서히 쌓여온 긴장감이 결국 폭발하면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다양한 삶이 하나의 운명으로 엮이는 순간, 감독은 화면마다 조금씩 흘리던 그 인간사의 비정함과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필리핀의 촉망 받는 감독 로렌스 파자르도의 2011년 신작으로, 절정 하나를 보고 달려가는 영화의 매력을 한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손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