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태생의 젊은 의사 소마는 인턴 발령을 받은 어느 깡촌으로 향하며 연신 한숨을 내쉰다. 그가 가진 자격과 지금 그에게 주어진 일이 다소 격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을 법 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나이든 명의 이노가 그의 생각을 금새 바꾸어 놓는다. 마을 사람들의 병력과 가족 사항까지 모조리 파악하고 있는 이노를 따라다니며 소마는 의대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운 것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거의 ‘신’처럼 추앙 받는 이노에게 ‘작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산딸기](2002)와 [유레루](2007)로 주목받은 니시카와 미와의 [우리 의사 선생님]은 휴머니즘 가득한 드라마에 약간의 미스터리 구조가 가미된 영화다. 자격은 무엇으로 증명되는 것인가? 거짓과 진실은 어떻게 구분 가능한가? 가망 없는 병에 걸린 초로의 어머니가 전도유망한 딸에게 짐이 될 까봐 자신의 병을 숨기고, 존경 받는 의사가 자신의 평판을 부담으로 여기며 더욱더 명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에서 자격은 자격증으로 증명되지 않는 어떤 것이리라. 감독은 여기서 자격과 자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기 정체성의 문제와 일반화된 진실의 척도에 관해 휴머니즘 관점의 반문을 던지고 있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