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칸영화제 개막작 살면서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 바로 그 날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레밍은 바로 그런 날에 관한 이야기다. 직장 때문에 새로운 도시로 전근을 온 알랭과 베네딕트 부부. 그들은 그야말로 완벽한 커플이다. 어느 날 저녁, 알랭과 베네딕트는 새로운 상사 부부를 초대한다. 상사 부부인 알리스와 리샤르는 뭔가 삐걱거리는 커플이다.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알리스와 리샤르, 저녁식사의 분위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고 마침내 배수관에서 죽은 레밍이 발견되면서 불쾌한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레밍>은 감춰져 있다가 어느 때든 드러나고야 마는 레밍처럼 우리의 숨겨진 두려움과 욕망, 꿈과 환상에 관한 영화다.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과거의 일들이 자꾸만 끼어들면서 영화는 초자연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초자연적 스릴러로 변해간다. 알랭의 관점에서 베네딕트의 관점으로 반복적으로 바뀌어 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방식은 관객 역시 주인공들 만큼이나 혼란스런 감정을 경험하게 만든다. 샤롯트 램플링과 샤롯트 갱스부르는 점차 집착을 드러내는 기이한 두 여성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