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어딘지 익숙해 보이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일 때는 모른 척하고 지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삶에 지옥이 끼어들 테니.
30대 후반의 에디와 25살의 마리아가 스칸디나비아의 호숫가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마리아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시내에 나간 에디는 주유소에서 옛 친구 쿨만과 마주친다. 쿨만은 두 사람 곁을 떠나지 않은 채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고, 급기야 과거에 함께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에디에게 한 번만 더 공모를 하자고 종용한다.
한번 올라탔던 인생의 궤도에서 내려선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서로 다른 길에서 제각각 헝클어진 삶을 살다가 뒤늦게 만난 에디와 마리아 사이에 끼어든 침입자. [잠자리]는 이들 세 사람의 심리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일종의 실내극으로 스릴러풍이 가미되어 있다. 한적한 교외 주택의 이면에 깃든 어둠과 비밀이라는 설정은 비교적 익숙하지만, 사랑과 진실성을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에 대한 따뜻한 묘사로 마무리지었다. 3주 만에 촬영을 마친 저예산영화.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