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남성들의 세계를 그려온 사카모토 준지가 예상 밖으로 여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그의 영화와 일맥 상통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뚱뚱하고 못생긴 30대 후반의 마사코는 어머니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소극적인 성격 때문에 늘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 어느 날, 그녀는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뒤, 평소 늘 갈등을 빚어 왔던 동생 유카리와 언쟁 끝에 그녀를 목졸라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 줄것이라 믿는 아버지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서서히 자신의 존재가치를 깨닫기 시작한다. 또한 그녀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러 가지 일들도 과감히 해 낸다. 그 중 자전거타기나 수영은 탈출의 수단이 되기까지 한다. 사카모토 준지는 마사코를 통해 여성이 남자의 보조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일본사회의 관습적 틀을 과감히 깨고자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마사코가 보여주는 여인상은 과감하며 도전적인 인물,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사카모토 준지의 꿈이며, 이상이기도 하다. 현실세계에서는 일본여성에게 그러한 사회적 틀로부터의 탈출의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사카모토 준지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마사코의 행로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