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를 안다”라고 직역되는 불어 제목은 “어디선가 들은 듯 하다” 거나 “다 아는 진부한 얘기” 라는 듯을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이다. 말 그대로 평범한 파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귀에 익은 흘러간 샹송에 실려 전개되지만 절대로 진부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은 영화. 척 보기만 해도 파리임을 알 수 있는 거리에서 우연히 눈이 마주치는 두 남녀. 첫 눈에 서로 반하는 뻔한 사랑 이야기인가? 잠깐 자문하는 사이에 알고 보니 까미유가 오랜만에 파리로 돌아온 자기 언니 오딜의 옛 남자친구 니꼴라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 알아보는 장면이다. (*두 사람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쓴 배우겸 작가.) 시작부터 좀 복잡한 관계가 설정되지만 이는 사람의 겉과 속의 거리, 그 때문에 얽히는 인간 관계가 엮어내는 삶이라는 테마를 제시하는 도입부이다. 게다가 오딜로 분하는 사빈 아제마, 니꼴라의 등장에 심기가 불편한 남편 끌로드역의 삐에르 아르디티, 까미유에게 반해 애태우는 시몽역의 앙드레 뒤솔리에는 모두 레네 감독의 영화에 거의 고정적으로 출연하는 노련한 연기자들이지만 이번 영화를 위해 갑자기 튀어나오는 플레이백 샹송에 립싱크를 하는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만 했다. 장르 영화(뮤지컬 혹은 로맨틱 코메디)의 탈을 쓴 전혀 새로운 형식의 유쾌한 작가 영화. (윤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