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이 마모루 각본의 동명 애니메이션 <인랑>(1999)을 원작으로 한국의 상황에 맞춰 리메이크한 실사영화다. 2024년 남북통일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압박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피폐해지자 반통일전선을 주장하는 테러조직이 생겨난다. 이에 치안 유지를 위해 수도경비 특수기동대, 이른바 특기대가 창설되지만 권력이 나눠질까 우려한 공안부는 특기대를 견제하며 해체를 유도한다. 특기대와 공안부의 조직 간 암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이윤희(한효주)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원작이 인간과 잔혹한 늑대 사이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에 초점을 맞췄다면 김지운 감독은 이를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입한 뒤 멜로드라마로의 변주를 시도한다. 방대한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축약하는 대신 감독이 선택한 건 역시나 그의 전작들에서 이미 증명된 화려한 비주얼텔링이다. 근 미래를 재현한 몽환적인 이미지와 시각적 쾌감으로 충만하며 실제로 몇몇 장면들은 기억에 남을 만한 압도적인 비주얼을 통해 정서적 설득력을 쌓아나간다. (송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