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구, 해관의 하나뿐인 딸 유주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해관은 10년 동안 전국을 찾아 헤맨다. 모두가 이제 그만 포기하라며 해관을 말리던 그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만난다. 감청용 위성으로 우주를 떠돌다 한국에 떨어진 로봇 ‘소리’. 해관은 이 로봇을 통해 딸 유주의 행방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감청용 로봇이 한국에 떨어진다는, SF영화에 어울릴 법한 설정을 한 영화지만 <로봇, 소리>는 현란한 SF영화가 아니다. 보수적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뜻대로 살 수 없는 딸의 갈등, 그리고 둘의 뒤늦은 해후 등 한국식 가족주의가 중심에 놓인 작품. 엉뚱한 매력을 발휘하는 로봇과 부성애로 뭉친 아버지의 크고 작은 소동이 미소를 짓게 만든다. “보호는 고마운 것입니까?”라고 묻는 로봇의 말이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