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와 크리스티안이 외딴 어촌 마을에서 보내는 여름은 격동으로 가득하다. 집에서는 누나들에게, 밖에서는 다른 무리들에게 놀림감인 토르를 절친인 크리스티안은 늘 보호해준다. 토르의 어머니는 전혀 토르에게 관심을 쏟지 않고 크리스티안의 아버지는 폭력을 휘두르는 등 부모와의 관계가 순탄치 못한 것도 둘을 묶어주는 공통점이다. 어느 날 토르가 한 소녀에게 마음을 뺏기게 되면서 크리스티안은 토르에게 품고 있던 감정의 정체를 들여다보게 된다. <하트스톤>은 높은 하늘과 드넓게 펼쳐진 초원, 아름다운 산과 커다란 호수가 공존하는 아이슬란드의 마을을 배경으로 사춘기 소년들의 혹독한 성장통을 그려내는 탁월한 비주얼의 데뷔작이다. 두 소년을 중심으로 단짝 친구, 첫 키스, 성과 사랑에 대한 호기심 등 청소년기의 관심사와 일상을 내밀하게 잡아낸 것도 돋보인다. 중반에 성적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크리스티안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불안한 마음으로 이들을 따라가게 된다. 특히 클로즈업으로 아파하는 소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샷들과, 사랑의 환희에 벅차하는 한쪽과 반대로 사랑의 상실에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쪽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은 인상 깊다. 마지막 못생긴 물고기는 유년기를 떠나보내는 메타포로 다가온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