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을 대표하는 감독 프랑수아 버스터의 신작은 교향곡 ‘세라자드’와 아랍권의 고전 『천일야화』, 그리고 이집트혁명이 맞물려 펼쳐지는 다큐멘터리다. ‘1권 옛날옛적에’, ‘2권 변화의 이야기들’, ‘3권 투쟁 그 이후’, ‘4권 술탄 사린야르의 앞날’의 순서로 마치 책을 넘기는 듯한 구성은 영화 초반부터 들려오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라자드’의 네 악장과 조화를 이루며, 카메라는 이슬람의 본산인 터키와 아랍권의 맹주국 이집트를 오가며 아랍혁명을 겪은 이들 혹은 세라자드와 연관된 이들을 인터뷰한다. 이렇듯 치밀한 구성의 영화에서 핵심은 이야기다. 그것은 세라자드가 수많은 처녀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술탄을 매일 밤 설득했듯이 누군가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자,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된 딸이 상상력의 힘으로 삶의 비극을 견뎌내며 생존해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며,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치유해주는 약이기도 하다. 민중은 이야기와 더불어 이 영화를 이끄는 또 하나의 축으로 세라자드와 오버랩된다. 21세기 인류사의 중대한 페이지를 장식한 아랍혁명을 소재로 한 작품 중 완성도와 창의성의 측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