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가난한 숙부 내외와 사는 파리와 초투 남매의 가장 큰 즐거움은 영화다. 영리하고 다정한 누나 파리의 왕자님은 샤룩 칸, 병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활달하고 씩씩한 동생 초투의 영웅은 살만 칸이다. 어느 날 안구 기증을 호소하는 샤룩 칸의 포스터를 본 파리는 동생의 시력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샤룩 칸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애타게 답장을 기다리던 중, 마을에서 300km 떨어진 곳에서 샤룩 칸이 영화를 찍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파리는 샤룩 칸을 직접 만나기 위해 동생의 손을 잡고 먼 길을 나선다.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영화 속 영웅을 찾아가는 남매의 모험을 그린 <레인보우>는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인 동시에 인도영화에 대한 찬가다. 인도영화 팬들이라면 곳곳에서 다양한 인용과 오마주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 신나는 노래와 춤이 빠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남매가 여행길에서 겪는 모험은 때로는 인도 사회의 단면을 매우 현실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마치 동화처럼 환상적인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어두운 한밤중에 멋진 무지개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듯한 아름다운 우화다. (김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