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행자> 이후 이미지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형식의 진화를 보여주는 차이밍량 감독의 문제작. 차이밍량 감독이 직접 미술감독을 맡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영화는 집 없이 떠도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빠는 호화 아파트를 광고하는 인간 광고판이고, 아이들은 마트의 시식코너를 찾아 다니며 끼니를 때운다. 그들에게는 집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다 같이 의식주를 해결한다. 아이들의 엄마는 마트에서 일을 하지만, 아이와 남편과는 거리를 두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 도시는 이제 거대한 쓰레기 하치장과도 같지만, 그들은 결코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차이밍량 감독은 연기에 관한 한 배우들에게 거의 모든 것을 맡겨 두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첸샹치에와 리캉생이 허물어져 가는 벽을 바라보는 기나 긴 롱테이크 장면은, 차이밍량 감독이 배우들을 신뢰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었던 명 장면이다. 흥미롭게도, 차이밍량 감독은 엄마 역을 양궤이메, 루이칭, 첸샹치에 세 여배우로 하여금 연기하도록 하였는데, 양궤이메는 프롤로그 부분에 잠깐 나오지만 존재감이 대단하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