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회의 모순과 비정함을 묘사해 온 다르덴 형제의 신작. 알바니아에서 이주하여 벨기에에 살고 있는 불법 체류자 로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로나는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해 조직폭력배인 파비오의 계획에 따라 알코올중독자인 클로디와 결혼한다. 로나는 시민권을 취득하지만, 러시아 마피아가 시민권을 얻기 위해 거액의 돈을 지불하겠다고 나서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파비오는 로나의 재혼을 위해서 클로디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로나는 자신의 이득과 윤리적인 선택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로나의 침묵>은 뒤틀린 플롯과 충격으로 가득 차 있는 스릴러 영화에 가깝지만, 비평적 찬사를 받으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더 차일드>처럼 사태를 관조하는 다르덴 형제 특유의 시선에는 변함이 없다. 특유의 미니멀한 연출과 핸드헬드의 떨림이 등장인물의 미세한 감정을 포착해내고 있으며, 유럽사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대비시킨 결과 영화 속 세상은 건조하고 삭막하다. 결국,<로나의 침묵>은 물리적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침묵의 무게, 삶의 무게를 체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