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척스럽게 가사 노동을 꾸려 나가는 엄마 희경은 뜻밖의 불치병 선고를 받은 뒤 집안일을 내팽개치고 노래방을 운영하는 청년을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전생에 자신이 왕이었다고 믿는 아들 용태는 또래 소녀와 사랑의 열병에 빠진다. 실연을 당한 무협작가 이모는 애인의 주변을 탐색하며 괴로워한다. 엉뚱해 보이는 영화 교사 경호를 흠모하게 된 몽상가 딸 용선은 사춘기의 호기심을 곳곳에서 발산한다. 가장 큰 곤혹을 치르는 것은 소녀에게 호의를 베풀었으나 원조교제 교사로 낙인 찍혀 매장 당할 위기에 놓인 아빠 창수다. 그는 선생님의 권위가 추락한 시대의 교사일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권위가 몰락한 시대의 가장으로 살아간다. [좋지 아니한가]는 가족 구성원들의 숨겨진 욕망들을 하나씩 뒤집어 보이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것은 가족이라는 이름을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현재를 함축하고 있다. (이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