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 섹슈얼리티와 사랑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일까. 식욕과 성욕은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일본계 미국인인 스가노 마사히로 감독의 데뷔작 <세컨드 문>은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색을 하고 코믹하게 비튼 질문을 던져대는, 사랑에 대한 도발적이고 해체적인 탐문이다. 영화의 주요 남자 등장인물들이 소속돼 있는 조직은 진정한 사랑을 위해 여성의 자유에 장애가 되는 남성들을 징벌하는 데 주력한다. 당연히 자신은 바람을 피면서 아내의 연애는 용납하지 못하는 남편들이 우선 순위에 오른다. 뿐만 아니라 남자들은 여자가 해준 요리를 먹어서도 안 되고 여자가 사준 옷을 입어서도 안 되며 여자를 밤새 머물게 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여자가, 자신은 자유롭기 때문에 아무 남자하고나 자고 싶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해서 좋아하는 남자와 함께 나눠 먹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할 땐 어떻게 될 것인가. 화면에 빈번히 등장하는 이중 프레임과 식사 장면, 파편화된 신체 부위들의 대칭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추상적이지만 에로틱한 이미지들은 앞의 질문들에 대해 감독이 관객에게 제공하는 힌트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다 양념처럼 가미되는 애니메이션 기법과 유머감각 그리고 마지막 반전은 신예감독의 문제의식에 곁들여진 관객을 위한 서비스다(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