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와 애니메이션이 만난다면? 이러한 구상을 실천에 옮긴 이가 있다. 바로 일본의 퍼펫 애니메이션의 대가 카와모토 키하치로가 그다. 키하치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작가인 마쓰오 바쇼의 바쇼칠부집의 하이쿠를 영상화하였다. 자신뿐이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애니메이션 작가 34명을 초빙하여 36편의 연작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다. 제목은 쇼칠부집 중의 하나인 <겨울날>. <겨울날>은 크게 4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각 부분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렌쿠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만한 명장들과 젊고 유망한 작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절지 애니메이션, 퍼펫 애니메이션, 2D, 3D CG 애니메이션, 실루엣, 셀, 클레이 애니메이션, ′페인트 온 더 글라스′ 등 너무나 다양한 애니메 이션 기법들이 한자리에서 모두 선보인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각 작가들이 만든 작품은 각 1분 내외의 짧은 작품들이며, 전체 분량은 39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들 작가들의 작업과정을 담은 메이킹 다큐멘터리가 이어진다. 이들 작가들의 작품 그 자체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방식의 이들의 작업과정을 탐구한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