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우 감독은 80년대 한국 뉴 웨이브를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카메라의 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80년대 초반 영화에 뛰어들었고, 정치적인 탄압과 제도적인 검열 때문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늘 당대의 문제를 논쟁적으로 제기한다는 점에서 비평적인 찬사를 받았다. 영국의 영화 비평가 토니 레인즈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그런 장선우의 영화세계를 ‘머리카락, 눈, 진실, 새로운 세계’ 등과 같은 몇 가지 주제어를 빌려 보여 주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감독의 솔직한 고백과 한국의 영화 제작자, 영화감독, 영화배우, 영화 평론가들의 인터뷰는 장선우 감독의 내밀한 이력뿐만 아니라 그의 영화세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토니 레인즈가 제시한 주제어들은 장선우의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제공한다. 장선우 감독은 <경마장 가는 길>에서 한국 사회를 새롭게 읽는 방식을 깨달았고, <화엄경>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전망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화엄경>이 다큐멘터리의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