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블루>로 애니메이션계에 사이코 호러란 독특한 장르를 구축한 감독 콘 사토시와 각본가 무라이 사다유키가 콤비를 이루어 만들어 낸 최신작. 이전의 작품이 신인 여배우를 모티브로 인간의 내면과 현실을 리얼하게 묘사했다면 신작인 <천년여우>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살린, 현실과 가상 현실이 교차하는 대하 로망스라는 전혀 새로운 장르의 작품이다. 메이저 영화사의 70주년 기념 사업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스타 후지하라 치요코의 반생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달라는 의뢰를 받은 타치바나. 치요코의 팬이기도 한 그는, 치요코란 여배우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카메라맨과 함께 30년 전 절정의 인기를 누렸지만 갑자기 공식적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환상의 여배우’ 치요코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여배우 자신이 이야기하는 일대기는,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파란만장했던 당시로 그들을 인도해 간다. 첫사랑의 상대로부터 전해받은 열쇠 하나. 이 열쇠를 그에게 전달하기 위해 치요코는 여배우가 되고, 이 열쇠를 둘러싼 반생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수많은 캐릭터가 남발하고, 만화 원작에서 TV판, 영화판으로 제작이 되풀이되는 일본의 현실에서 <천년여우>는, 스토리는 물론 캐릭터까지 오리지널인 작품이다. 신선한 내용 또한 저패니메이션에 친숙한 사람들에게 낯선 영화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양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