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활동하며 명성을 얻고 있는 다이 시지에의 최근작. 1980년의 중국, 고아소녀 민은 유명한 식물학자의 제자가 되어 공부를 시작한다. 비밀스러운 인물인 학자는 섬 하나를 화려한 정원으로 꾸며 딸과 단 둘이 살고있다. 독재적인 아버지 아래서 외롭고 고립된 생활을 하던 교수의 딸 안은 민이 도착하자 고독에서 벗어나라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반가워 한다. 이국적인 풍광을 배경으로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사람의 감정적 긴장감이 밀도 있고 섬세하게 묘사된다. 그러나 동성애라는 ′질병′에 걸린 환자로 치부되어 처벌받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내내 감상적인 음악과 탐미적인 카메라 워크를 유지한다. 레즈비언뿐 아니라 동양이라는 배경을 이국적인 소재의 차원에 한정시킨 이 불편한 관점은, 중국에서의 동성애, 특히 레즈비언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대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상적인 차원에서 서둘러 영화를 끝낸다. 공식적으로 동성애를 터부시하고 있는 중국의 현재 상황 때문에 중국 내에서의 투자나 협조는 물론 촬영도 금지되었다. 프랑스, 캐나다의 투자로 영화가 완성되었으며 촬영은 베트남에서 대부분 이루어졌다. (옥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