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샤오슈아이의 두 번째 작품으로 1994년에 <나날들> 이후 바로 활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나도록 후반 작업을 하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 정부가 독립영화 제작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자 왕샤오슈아이는 이 영화의 감독 이름을 ′무명; ("Wu Ming" , 문자 그대로 이름이 없다는)이라고 서명한다. 하지만 특이한 자기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한 까닭에 영화를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1990년대 초 많은 중국 전위예술가들을 지배했던 기괴하고 자기 파괴적 분위기의 결과인 <극도한랭>은 위장에 치명적인 비누를 먹는 등의 극단적인 ′행위예술′을 담는다. 치 레이(장양의 전기영화 <지난날>에서 자기 자신으로 출연했던 지아 흥쉔 분)는 네 번의 분기점을 의미하는 네 가지 상징적 자살을 재연하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장면에 이르자 치 레이는 한여름날 얼음 속에 자신을 매장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이 의도했던 죽음에 이르고 만다. 그의 죽음으로 여자친구 사오 윈은 망연자실하고, 베이징 예술계는 항의수단으로서의 자살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논란을 벌인다. 치의 절친한 친구 라오 린만이 이 사고에 대해 냉정을 찾은 듯 보인다. 심오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가장 충격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위트다. (토니 레인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