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문화는 페르시아와 이슬람 문화가 교배된 문화다. 여느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란에서도 민초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민요, 즉 자장가나 송가, 노동요가 존재해 왔었다. 하지만 이슬람 율법은 가무를 탐탁치 않게 여겨 왔고, 특히나 여성이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금기시해 왔다. 이를테면 이란에서는 율법(이슬람)이 삶의 양식(페르시안)을 제한해 온 것이다. <끝나지 않은 노래>는 바로 그 페르시아의 삶의 뿌리를 찾아 나서는 작품이다. 음악학자인 파르하드는 이란의 북부 코라산 지역을 돌며 민요 수집에 나선다. 특히 그는 스승으로부터 전해들은 전설적인 목소리의 주인공 하이란을 찾아 그녀의 노래를 녹취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대중들 앞에서 노래를 했다는 이유로 교도소에 갇혀 있는 몸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바로 자신의 가족과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지만 하이란은 파르하드 앞에서 끝내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이제 이란에서 음악은 마치 화석화된 문화와 같다. 그것은 사라져 가는 민초들의 정신에 다름 아니다. 감독 마지아르 미리는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서정적인 화면과 절제된 이야기 속에서 잔잔하게 표현해 낸다. 파르하드가 차로 들판을 가로지를 때 마치 환청처럼 멀리서 들려 오는 노랫소리는 그러한 안타까움의 가장 적절한 상징이다. (김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