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우아한 시체 > : 허기 같은 외로움이 짙어질 때

By 김예지

  

 참 길기도 길다. 분명 러닝타임 112분이라고 적혀있는데 211분은 되는 것만 같은 이 지루함을 어떡하랴. 좀이 쑤시는 걸 억지로 참아가며 상영관 의자에 시체처럼 기대앉아 영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화면을 응시한다김경래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 <우아한 시체>. 제목만 보았을 땐 새로운 느낌의 호러물일지 아니면 우아하게 꾸며진 살인극일지 왠지모르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단편부터 시작해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김경래 감독과 오규희 등 뉴페이스의 배우들이 출연한다고 하니 어떤 참신한 영화일지 매우 기대감을 갖고 예매를 했었다

 

 영화의 전반부는 나름 흥미롭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여자와 그런 여자에게 끝없이 조잘거리며 말을 쏟아내는 한 남자. 기어이 남자는 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여자에게 퇴짜를 맞고 이내 화면은 마치 정유미 주연의 영화 <더 테이블>을 연상시키듯 잔잔한 카페로 우리를 안내한다별일 없다는 듯 책을 읽는 여자. 그리고 그녀에게 말을 걸어오는 의문의 한 남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소통 가능한 존재, 그에게서 끝임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이 남자는 말이 많은데 왠지 모르게 끌린다'가장 독창적인 로맨스'라는 칭찬을 받았던 영화 에서 한 남자가 여자 인공지능 사만다에게 호감과 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사랑을 느끼듯 이 영화 또한 참 신박한 형태로 사랑을 구현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찌질한 사랑의 형태와 시시콜콜한 농담으로 점철된 서사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진부하고 기괴하다. 

 답답함이 밀려올때쯤 감독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판을 깐다. 자석처럼 붙어 지내는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 가족애인지 집착인지 영 걸쩍지근하다. 아직 성인이 채 되지 않은 오빠의 정사씬과 갑작스레 튀어나오는 동생애 친구.. 이 모든 서사의 전개가 너무 개연성이 없다. 이 영화에는 기승전결이라는 것이 마땅치 않다. 스토리는 흘러가는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는데도 전혀 감을 찾기가 어렵다. 그냥 아무렇게나 벌여놓은 듯 남여 주인공들의 서사와 감정을 여기저기 흩뿌려놓았다가사랑을 운운하면서 미화시킨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결말을 미리 정해두지 않고 영화를 만들면서 중간중간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는 방식을 차용했다. 그래서 촬영감독도 두 명이다. ‘초현실주의 예술 기법에서 영감을 받은 방식으로 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법을우아한 시체 놀이라고 일컫는 모양이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우아한 시체>인 것인가. 궁금증은 해소되었지만 도대체 무엇이 목적이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영화 제작에 대한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받을 만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라는 프레임 속에서 산으로 가는 영화 스토리를 보고 있자니 적잖이 짜증이 난다아직도 잘 모르겠다. 조용한 카페에서 왜 갑자기 불이 타는 냄새가 났는지, 그리고 카페 사장님은 소화기를 들고 어디로 간건지. 그 장면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의문점 투성이다. 아무래도 이 영화, 관객과의 대화가 없이는 이해하기도 온전히 즐기기 힘든 영화인 것 같다.


 하지만 돌고 돌아 왔지만 아주 잘 표현된 부분은 누구에게나 어디가로부터 또는 누군가에게로부터 도망치고싶은 '동굴' 같은 그 심연의 공간아 있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난 후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벤을 향한 허기같은 그리움을 안고 허공을 쓰다듬는 민주의 몸짓처럼, 차마 오빠를 보낼 수 없는 유하의 포옹처럼.. 마치 사랑에 목말라 여름 내내 울어대는 매미같은 존재가 우리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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