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아담을 위하여> : 사람을 위한 사람의 관심

By 김주영

        수간호사 루시의 뒤를 따라다니는 카메라는 루시처럼 마음이 급하다. 응급실의 풍경은 일반 사람들이 상상하기 쉽지 않은 급박함과 긴장이 흐른다. 그리고 그것이 어린아이들을 상대할 때는 더 불안하고 안쓰럽다. 영양실조가 원인인 골절로 입원한, 나이에 비해 다소 왜소해 보이는 아담과 그의 엄마인 미혼모 레베카는 어찌 보면 둘 다 어린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조차 할 수 없는 레베카는 도움을 받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루시는 정신없이 밀려드는 환자를 재빠르게 관리하고 수간호사답게 판단도 빠르며 일 처리에 거침이 없다. 더구나 아이들에게 친절하면서도 그 속내를 정확히 간파해 낸다. 하지만 엄마 없이는 식사를 거부하는 아담과 무언지 모를 자신의 유동식만을 고집하며 병원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아담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레베카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루시의 업무 동선은 이 두 사람으로 인해 더 복잡해지고 이 뒤를 밀착해서 따라다니는 카메라 역시 자꾸 눈에 밟히는 어린 모자의 상태를 관찰하며 관객을 고민하게 만든다.

 

 아담의 상태로 인해 법원은 레베카의 면회 시간을 제한하고 병원은 이를 이행해 레베카를 아담으로부터 떼어놓으려 한다. 이를 이해할 인지조차 부족한 레베카는 위험한 사건을 저지르며 아담과 함께 있으려 하지만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한다. 레베카는 아담을 어떻게 돌보는 것이 가장 최선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법원의 조치는 자칫 비인간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모자에게 밀착했던 카메라가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처럼 법원과 병원의 조치를 탓할 수가 없다. 루시는 그러나 이 결정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모자는 싱글맘이라는 궁핍한 환경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 나온 것 같다. 절박한 눈밫으로 아담을 바라보는 레베카와 이와 마찬가지인 아담은 살아가기 위해 서로에게 가스라이팅 된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아담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다. 이 모자를 보고 있으면 아이를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간절함과 두 사람의 생활고에 대한 측은지심이 함께 밀려온다. 루시는 늘 그런 건지 아니면 이번만 그런 건지 알 수 없지만 이 모자를 돕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루시지만 상관과의 마찰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공적인 영향력을 동원해 영화 끝까지 이 모자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루시의 걸음을 잠깐씩 멈춰 세우는 카드키처럼 의료진의 사람을 갈아 넣는 환경을 생각하면 루시의 이 깊은 관심은 속된 말로 오지랖일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잠깐의 휴식조차 이 모자에 의해 반납하는 루시의 모습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정확한 판단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을 돕는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이 가깝게 밀착한 카메라가 가지는 힘이다. 아무리 복지가 훌륭해도 사람의 생활 내면을 파고들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이 영화 <아담을 위하여>는 공적인 돌봄이 다가가지 못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카메라가 핸드헬드로 루시의 뒤를 시종일관 쫓아다니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러한 절박한 이들의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고 그들이 위기에 빠지는 시간은 순식간에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바싹 붙어서 그들을 담아낸 영화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많은 이들을 돕기 위한 복지는 루시의 오지랖처럼 움직여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끝까지 병원의 지시를 거부하고 아담을 위험에 빠뜨리고 자신에게조차 상처를 입히던 레베카는 루시의 끈기 있는 관심으로 인해 그녀의 진심을 깨닫는다. 이렇게 해서 레베카는 조금은 위험한 길을 벗어나는 선택이 가능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 사람을 제대로 알아야 정확한 보살핌도 가능해진다. 거기에는 이 일을 하는 모든 사람 하나하나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을 갈아 넣는 의료 환경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기란 요원해 보인다. 완전한 복지란 참 쉽지 않은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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