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다르덴형제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칸이 사랑하는 감독이다. 원래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서인지 극영화도 다큐처럼 인물의 행동을 따라가며 건조한 시선으로 담아내 다큐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대부분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불안정하고 사회에 소외된 이를 그려내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화는 어린 나이에 임신, 출산을 하게 돼 원가정에서 버림받은 소녀들이 스스로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자립을 지지하는 쉼터 속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미혼모들이 아기를 임신하기까지 원가정의 사연과 아기를 낳은 뒤 그녀들의 선택은 다양하다. 영화가 한 소녀의 얘기만 다뤘다면 아주 단순하고 평면적이 될 수도 있었겠다. 자기를 버린 엄마를 집요하게 찾아가거나 출산 후 아기 아빠가 연락을 끊거나 위탁가정에 아기를 보내거나 홀로 아기를 키울 결심을 하는 등 여러 경우의 소녀들을 중심으로 극이 이루어진다. 한 인물의 얘기가 아니어서 극은 더욱 풍성해지고 카메라를 따라 관객의 시선과 생각도 깊어진다. 그래서일까 그간 봐왔던 다르덴 형제들의 작품과 결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미혼모들의 사연이 깃든 영화이므로 감독의 메시지는 쉽게 짐작된다. 감독의 시선은 그녀들을 연민하거나 훈계하지 않는다. 어린 엄마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으며 자신들의 길을 택한다.
영화를 통해 벨기에의 쉼터는 미혼모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복지 정책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열달간 뱃속에 아이를 품었다가 자식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 모든 엄마의 감정이 모두 똑같진 않다는 것을 보며 소녀이자 엄마인 그들의 태도에 따라 많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면 호텔방 열쇠를 랜덤으로 받는 거와 같다는 어느 영화 속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도 떠올라 목젖이 뜨거워졌다. 원가정의 여러 문제들이 자녀인 어린 엄마에게 상처와 학대로 이어진 것을 볼 때 선택한 것이 아닌 주어진 부모,가정 환경은 운명일 수 밖에. 엄마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기 바란다고, 넉넉한 가정에서 사랑 듬뿍 받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삶을 누리길 바라며 위탁가정으로 애기를 보내는 어린 엄마에게 누가 비난의 화살을 쏠까? 경제적 자립이 힘든 상황에 아기를 여유롭게 키울 순 없다. 원가정이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사회적 보호망이 튼튼하게 받쳐주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영화는 경제적 자립이 되지 않은 채 임신,출산을 하게 된 소녀들의 상황을 담담히 여러 갈래로 풀어내 현실을 보여주며 관객의 눈길을 잡는다. 그리고 여러 선택지가 놓인 가운데 어떤 결정을 할지 카메라와 함께 따라가다 각자 단단한 독립을 향한 걸음으로 새로운 앞날이 펼쳐질 것을 암시한다. 비참함에 갇혀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가게 마무리 지었다.
이런 현실은 어떤가? 라고 감독은 영화를 통해 세상에 말을 건다.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책,방향에 관해 더 생각하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게 한 감독의 메시지는 성공적이 될 수밖에 없다.
ps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각 나라의 문화적 차이, 종교적 영향 등 여러 이유에 따라 받아들이는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 고교에서 학생이 임신을 했다면? 손가락질 받고 자퇴를 강요받겠지? 미국은 학생이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법적으로 교육권이 보장되어 있다. 미혼모 학생에 낙인이나 차별을 줄이고 졸업 후 자립을 위한 교육.복지적 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