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트루먼의 사랑> : 끝없이 변주하는 사랑의 다양한 얼굴들

By 주현빈

사랑만큼 다양한 정의를 지닌 단어가 또 있을까. 개인마다 사랑의 모습이 모두 다르지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그 사람과 나의 사랑이 만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사랑의 형태는 끝없이 확장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랑이 탄생하는 동시에 소멸하고 있을 것이다. <트루먼의 사랑>은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주인공들의 다양한 사랑 방식이 서로 공명하며 다채로운 색채를 드러내는 영화다.

 

지연은 ‘에러’로 가득한 세상에서 이에 동조하지 않는 트루먼들을 만나 함께 이 세계를 벗어나려 한다. 그녀는 현식과 문성에게 ‘트루먼’이라는 동지애를 느끼지만, 그들은 단지 동지에만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관계를 원하는 그들과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 지연은 결국 “두 사람 모두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현식은 그녀와 계속 함께하기 위해 문성까지 함께 사랑하겠다 선언한다. 지연의 공동체적 사랑과 현식의 순애보적 사랑은 현대사회에서 인정받기 힘든 사랑의 형태이기에,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는 인물인 문성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문성은 영화 초반부에 지연과 현식의 뜨거운 의지를 차갑게 식히는 역할을 한다. 그는 사랑을 방해하는 깍쟁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모험을 두려워하고 계산적인 우리의 모습을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그를 영화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로 선택한다. 후반부에서 그는 미술을 감상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모임의 일원으로 등장한다. 그들의 대화는 지적인 탐구와 토론처럼 보이지만, 실제 삶과는 동떨어진 공중누각 같은 지적 허영을 채우기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 모임의 한 여성 멤버는 문성이 데려온 새로운 인물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겉으로는 지적 대화를 위한 모임인 듯하지만 그 속에는 이성 간의 긴장감과 애정이 자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수많은 모임과 관계를 떠올리게 하며, 어떤 모임이든 그 유지 뒤에는 이성 간의 미묘한 감정과 사랑이 배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 영화는 ‘에러’라는 현상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분리를 표현한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우리는 때로 혼자인 듯한 고독함을 느끼는데, 영화는 이를 ‘에러’에 빗대었다. 그런 고독 속에서 일말의 공감대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 즉 ‘트루먼’을 만났을 때 그들을 특별하게 여기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트루먼들도 각자 다르고, 우리가 트루먼이라 믿었던 사람이 트루먼이 아니더라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음을 지연과 현식을 통해 보여준다. 이처럼 <트루먼의 사랑>은 고독과 연대, 그리고 사랑의 수많은 얼굴을 통해 우리가 서로에게 어떻게 닿을 수 있는지를 묻고, 끝내 사랑이란 끊임없이 새로 태어나며 우리를 변화시키는 힘임을 일깨운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