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또 다른 탄생> : 요정을 찾아서

By 김광익

 영화는 타지키스탄의 바다흐샨 산골 마을에 사는 8살 소녀 파라스투의 눈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이다. 소녀는 아빠가 떠난 후, 아들을 기다리며 병석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와 남편 없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엄마를 구해 주고 싶어 한다. 어느 날 밤, 엄마와 슬픔과 죽음과 삶에 대하여 대화해 보지만 엄마의 대답은 시원스럽지 않다. 파라스투가 문 옆이나 돌담 틈 사이로 엿보는 신이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신들이 많이 나온다. 소녀에게는 모든 것이 궁금한데 어른들은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아빠를 찾기 위한 해답을 찾아 친구와 같이 현자를 찾아 나서고 현자의 말을 듣고 아빠가 만난 것으로 생각되는 착한 요정을 찾아 나선다. 요정에게 줄 우유를 가지고 집을 나선 파라스투는 요정을 만나지 못하고 지쳐 도착한 강가에서 우유를 자기가 그냥 마시고 만다. 친구 굴리스톤과 같이 떠난 여정에서 높은 산과 메마른 사막을 지나 결국 어두워 진 밤에 무덤들을 지나며 그녀는 길을 잃고 위험에 빠진다. 높은 산에 올라가 해답을 찾아도 보았지만 어른들에게 오히려 걱정만 끼치게 된다.

 영화의 전개를 따라 엄마와 소녀가 낭송하는 시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반영한 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시들은 화면의 분위기를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이끈다. 엄마에게 찾아 온 친척들은 아빠의 소식을 전하고 엄마에게 어려운 결정을 하게 한다. 영화의 엔딩은 상식적인 전개로 진행되다가 반전으로 감동을 준다. 페르시아의 신화 속 요정 파리는 타지키스탄 사람들이 믿는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존재이다. 파리는 인간의 세계에 접근하여 다양한 사건과 변화를 일으키는데 영화의 마지막 신을 해석하는 데 필요하다.

 이 영화는 자체로도 완성도가 높고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몇 가지 사전 지식을 가지고 보면 영화를 더 깊이 즐길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은 타지키스탄으로 산과 호수의 자연 경관이 빼어난 나라이고 이 영화의 주 촬영지는 도시가 아닌 시골마을과 외진 계곡이다. 이 영화는 이곳 출신 감독이자 엄마 역을 맡은 이저벨 칼란다의 망명 3부작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실화에 기반을 둔 영화이고 배우들도 전문 배우가 아닌 친척들이 맡아서 연기하였다. 망명 3부작은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1부),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 (2부), 그 들 모두의 결말 (3부)로 이어질 예정이다. 2부는 2026년에 나올 예정이고 3부는 아직 작업 중이다. 감독에 의하면 이 3부작의 생각은 미국 영문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저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시들은 32세에 요절한 이란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의 시들이며, 영화의 제목도 그녀가 1963년에 발표한 시집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영화의 마지막에 헌사에도 등장한다. 그녀는 영화감독으로서 <검은 집>이라는 단 한 편의 단편영화를 감독하였고 이 한편의 영화로 숱한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였다. 영화에 사용된 음악은 재즈 뮤지션 노아 K가 전통적이 아닌 모던한 음악을 요청받고 만든 곡들이다. 이렇게 사용된 시들과 음악은 상실, 실망, 슬픔이 주된 서사인 이 영화에 어두운 방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처럼 예술적인 치유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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