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프레드는 스웨덴에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기술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된다. 남학생이 하나도 없는 교실에서 유일한 여학생인 프레드가 섬세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안테로, 겉으로는 매력적인 바람둥이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상처가 있는 파시니, 친구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미티스와 함께 낯선 도시 낯선 환경에서 겪는 일 년 간의 시간을 영화는 포착한다.
<그 해 학교에서>는 뚜렷한 사건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기보다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에브리바디 원츠 썸!!>이나 <멍하고 혼돈스러운>과 같이 영화 전반의 분위기와 각각 인물들의 캐릭터성, 그리고 2007년이라는 특정 시기에 대한 감각을 재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관객들이 모두 경험해 본 청소년기의 평범한 인물들을 포착함으로 인해 관객은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제 3자보다는 영화 속 인물들과 시공간을 함께 경험하는 감상 혹은 그 시절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은 자연스러움을 최우선으로 두는 연출 덕분이다. 예컨대 영어로 처음에 소통하던 인물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탈리아어를 섞어 쓰거나, 건축 학교에 진학하길 희망하는 프레드가 도시명을 영어식인 Florence(플로렌스)에서 이탈리아어인 Firenze(피렌체)로 발음을 바꾸는 등의 연출을 통해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는 모습을 표현한다. 영화 내내 보이는 아름다운 영상미는 영화의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플롯을 보강해 주고 이탈리아 소도시라는 공간적 배경을 구현해 영화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한다. 낮 시간에 도시를 비추는 코닥 플러스 필름스러운 진득하고 밝은 색감과 밤시간에 반복적으로 녹색 불빛을 사용하는 등 아름다운 화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감각을 재현하는 영화의 특성을 강화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타이틀과 소개에 사용된 밝은 핑크 컬러의 타이포그래피도 영화의 통통 튀는 젊은 감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지아니 스투파리치의 소설 <One Year of School>(Un anno di scuola)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그 해 학교에서>는2007년을 배경을 보는 이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다만 원작의 소설이 1929년에 발간된 1909년 배경의 스토리기에 현시대에서 요구하는 접근이나 상황과 약간의 괴리가 있다. 라우라 사마니 감독이 첫 장편 영화 <스몰 바디>에서 여성주의적 접근으로 호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해 학교에서>는2007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를 그대로 포착해내어 구현해내고, 관객으로 하여금 그 시공간에 일부가 되어 영화 속 인물들과 함께하는 듯한 경험적 감각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