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트루먼의 사랑> : 연애의 조건, 순종할 것

By 김예은

 <환승연애>,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나는솔로> 등. 요즘 쏟아지는 예능의 주요 테마는 연애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의 제목은 <트루먼의 사랑>이다. 예능이든, 영화든 사랑 작품이 쏟아지는 걸 봐서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은 사랑을 갈구하는 거 같다. 아니, 요즘이 아니라 어느 세대든 사랑을 원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래서 누구든 사랑을 한다. 연애하든, 짝사랑하든, 덕질하든 말이다. 이것들은 불법의 영역만 아니면 허용된다. 다만 연애는 상대방의 동의라는 어마무시한 산이 자리잡고 있다. 이 산을 넘는 조건은 무엇일까. <트루먼의 사랑> 속에서 포착해 보자.

 

 현식(배유람)은 우연히 지하철에서 본인을 트루먼이라 자칭하는 지연(이주우)을 만난다. 지연은 현식에게 '에러' 현상을 알려준다. 갑자기 영어로 된 방송 음이 들린다면, 그때부터 일명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본래의 행동을 멈추고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에러'는 시간이 지난 후 의문의 소리와 함께 멈춘다. 이러한 에러 현상을 겪는 트루먼과 그들의 반대 지점에 서 있는 라이어가 세상에 있다고 한다. 지연은 라이어 속에서 홀로 트루먼임을 견디다 못해 자신과 같은 트루먼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현식은 지연을 만나고 9개월 후 같은 일을 경험하며, 그녀의 말을 믿게 되고 자신도 트루먼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게 지연이 모은 트루먼은 셋이다. 현식, 지연, 문성(김신비.) 여기서 지연과 문성은 연애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연은 현식도 사랑한다.

 

 장황한 영화 속 세계와 복잡한 삼각관계는 추상적이라 그렇지 현실 속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방에게 구애해도 동의가 없으면 그만인 현실. 동의라는 커다란 산을 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의 개념을 철저히 숙지해야 한다. 그뿐일까. 온통 '에러'투성이인 요지경 세상에서 상대방이 외롭지 않도록 든든한 동지도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충족하고도 연애에 실패하는 자들이 적지 않다. 진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애를 위한 충족이 아닌, 순종이 요구된다. 나와 동류라는 의식보다도 이러한 순종이 연애의 최우선 조건이라는 것을 <트루먼의 사랑>은 선택으로 보여준다.

 

  세 명의 트루먼끼리 떠난 해수욕장 여행에서 '에러' 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트루먼은 둘이다. 한 명은 에러 현상을 겪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연은 자신과 같은 트루먼을 택하지 않는다. 까닭은 간단하다. 연애에 실패한 자는 '네가 나 말고 다른 이도 사랑한다면 널 선택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연애에 성공한 자는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과 너를 믿노라'고 선언한다. 진심은 신뢰를 낳고, 신뢰는 순종을 낳는다. 그리고 다시 순종은 신뢰로 이어진다. 이러한 순환의 고리는 지연의 선택으로 나타난다. 어쨌거나 실연한 자는 미련이 뚝뚝 흐르고, 후회로 점철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연애하고 싶은 자는 상대에게 순종해야 함이 명백해 보인다.

 

 <트루먼의 사랑>은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 트루먼처럼 가공된 세계를 살아가지만, 그 세계를 눈치챈 이를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설정은 설정일 뿐 영화는 전혀 달리 흘러간다. <트루먼의 사랑>은 오랜 시간을 들여서 연애의 조건을 설명한다. 사랑은 우리가 혼자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이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그곳에 발을 내딛지 못한 이는 후회 속에 사는 것이고, 발을 내디딘 이는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세계로의 이행 조건은 단순하다. 순종할 것. 참 간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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