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트루먼의 사랑> : 길을 잃는 전진

By 홍가은

 <트루먼의 사랑>은 자기 자신이 트루먼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지연이 서울 지하철에 쓰러진 채로 등장하며 시작된다. 그 첫 장면은 반듯하게 대칭되는 지하철의 승강장과 중심의 지연과 왼편에 서있는 현식을 비춘다. 곧 이어 지연은 자신이 트루먼임을 알게 된 날을 회상한다. 속기사인 그녀는 대칭을 이루는 재판장 안에서 기계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타자기로 모든 대사를 기록하고 있다. 이 공간 안에 모든 사람들은 같거나 비슷해보이는 옷을 입고 있다. 이내 스피커 사운드로 경고음성이 들리더니, 지연을 제외한 모든 인물의 움직임이 멈추고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다. 대칭과 단순반복. 영화의 초반부에는 이러한 경직감과 반복적인 운동들이 화면을 이룬다.

 

 ‘에러’라고 불리는 사람과 시간의 오작동, 대칭하는 공간들이 트루먼이라는 소재.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이런 미장센들이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뒤이어 이어지는 장면들은 초반 장면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현식이 스스로를 트루먼이라고 인정하며 본격적인 서사가 이어지지만, 카메라는 트루먼의 멈춘 시간이나 에러보다는 오히려 갑작스레 남녀의 삼각관계에 얽힌 감정들을 따라간다. 현식이 지연에게 “문성은 정말 트루먼이 맞냐”고 묻는 장면이나, 문성이 지연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장면의 표정과 말투는 클리셰라 말할 정도로 뻔하게도 공감되는 연애와 사랑, 질투와 갈등의 감정을 그대로 담고있다.

 

 삼각관계의 그 어떤 것도 정리되지 않은 채, 극은 다시금 한 차례 막을 넘긴다. 이번에는 이별과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다. 문성은 사라진 지연과 현식의 흔적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이따금 지연에게 메일을 보낸다. 함께 했던 시간을 곱씹으며 슬퍼하기도 하고, 혼잣말 같은 물음을 반복한다. 때로는 친구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생기가 없고 공허함만이 가득하다. 그의 집은 텅 빈듯 여백이 가득하며 삭막한 CCTV 화면과 조사실, 칠흑같이 어두운 밤과 바다와 같은 것들이 화면을 채운다.

 

 <트루먼의 사랑>은 1부, 2부, 3부의 주인공과 주제가 계속 교체되며 그 경계가 모호하다. 길을 잃지만, 어쨌든 나아가고 있다. 이 영화가 이끄는 대로 길을 잃고 현재의 화면에 몰입하는 것, 그 자체로 영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중심에는 ‘트루먼’으로 대변되는 캐릭터, 자아,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트루먼쇼>(1998, 피터 위어) 속 트루먼은 자신이 살던 세계의 균열을 발견하고, 나의 세상을 깨부수고 탈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트루먼의 사랑>의 인물들은 세계의 균열을 감지하지만 그것보다는 ‘자기 자신’과 ‘살아감’을 탐구한다. 이 영화에서 진짜 세계와 가짜 세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세계가 있으며, 그저 각자의 세계 속에서 최선을 다해 나를 찾고, 사랑하고, 때론 싸우고 좌절할 뿐이다. 이것은 이 영화가 가진 삶의 고찰이고, 각 부의 후반부 인물의 대사를 통해 이 고찰을 다시금 내놓는다. 트루먼이라는 소재로 시선을 끌어, 자신만의 규칙적인 구조로 장면을 그려내며 진지한 위트를 담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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