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산양들> : 바른 길로 삐뚤어질 테다

By 김현진
학교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사육장 동물 돌보기와 자연 속 야영에 빠진 여고생 네 명이 있다. 영화 <산양들>은 이 네 소녀들의 좌충우돌 모험담(진짜다. 후반부로 가면 정말 어드벤처 장르 영화가 됨) 속의 우정과 성장 이야기를 그린다.

학교 사육장 청소와 동물들 돌보기가 취미인 인혜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제출하라는 학교의 숙제에 자기가 그랬듯이 백지를 낸 친구들 셋을 알게 된다.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생존 방법에 관심이 많아 늘 캠핑용 칼을 가지고 다니는 서희, 순한 성격 탓에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해도 화 한번 내지 못하는 정애, 도도하고 까칠한 성격이지만 손재주가 좋은 수민. 학교에서 조류 독감으로 인해 사육장 폐쇄를 결정하자, 인혜가 자신이 발견한 외딴 숲의 공터로 동물들을 이주시킬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세 친구들이 가세한다. 이 4인조는 동물들을 위한 농장과 본인들의 캠핑장 ‘쉘터’를 세우고 자신들의 모임을 ‘산양들’이라고 이름 짓는다. 넷은 함께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절친한 친구가 된다. 그러나 자신들만의 유토피아에서 늘 행복할 것 같았던 4인조와 쉘터에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산양들>에서 거듭 강조되는 개념은 ‘생존’이다. 이 생존의 의미는 학교에서 말하는 것과 산양들 4인조가 생각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 학교에서 말하는 생존이란 곧 경쟁이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면접 준비를 잘해서 명문 대학, 그것도 아니라면 차선책으로 ‘인 서울’ 대학에 진학하라는 것이다. 어떻게든 타인을 이겨서 우위에 서라는 가르침. 하지만 산양들에게 생존이란 곧 공존이다. 친구들과의 공존, 그리고 동물들과의 공존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곳이 바로 자연이다. <산양들>은 학교와 자연의 대비를 통해 현재 한국 교육 체계의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네 소녀들은 자연 속 무해한 일탈을 통해, 학교에서 절대 가르쳐주지 않거나 가르쳐 줄 수 없는 경쟁 없는 공존의 시간을 꿈꾼다는 점에서 학교의 가르침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고 소위 말해서 훨씬 ‘근본 있다’. 인간의 근본은 결국 경쟁보다 공존이다.

이 영화는 밝고 귀엽고 무해하며 유머도 넘치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조류 독감으로 인해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장면을 저화질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동물 복지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마음으로 그 장면을 넣은 것은 이해가 되지만 꼭 그 방식뿐이었는가 하는 게 아쉽다. 

물론 그 아쉬움을 넘어설 만큼 영화는 충분히 건전하고 건강한 재미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 속 네 소녀들만큼이나 중요한 존재가 바로 ‘희선이’란 이름의 오리다. 이 오리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소녀들의 친구와 다름없는 존재이며 그들의 또 다른 자아와 같다. 그래서 이 오리가 구원받는 것은 소녀들 자신의 구원과도 같다. 사실상 다섯 번째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이 오리 ‘희선이’는, 마지막에 영화의 주제를 완성하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장면에 마음이 움직인다면, 네 소녀들이 그랬듯이 보는 이의 마음도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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