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두 번째 아이> : 대관람차에서 롤러코스터 타기

By 조효정

대관람차 티켓을 끊었는데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유은정 감독의 영화 <두 번째 아이>(2025)는 밤새 통과하는 꿈같은 여정으로 느껴진다. 여행이 아니라 여정인 이유는 정해진 목적지로 곧장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는 길이 빈번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꼭 붙어 앉은 다정한 자매로부터 동화처럼 시작하는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환상성과 어둠을 옆구리에 끼고 장르적 변주를 거듭하며 관객의 예측을 불허한다. 거대한 밤 한가운데 놓여 깊은 잠에 들어 영원히 깨지 않는 꿈에 갇혀버린 기분이다.

 

처음은 잔혹동화다. 이 집안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여자아이 둘이 침대에 엎드려서 손수 그려 끈으로 엮어 만든 그림책을 보고 있다. 언니 수련(유나)이 동생 수안(박소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세상이 있어.” “땅 아래 세계에는 그림자가 살아.” “그림자가 말해.너희는 둘이니까 한 사람만 나랑 바꾸자.”​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모든 페이지의 절반을 넘는 공간이 목탄으로 까맣게 칠해져 있다. 저곳이 땅속이구나, 쟤가 그림자구나.”​ 하면서 자매와 함께 그림을 내려다보는데 목탄이 검은 연기로 피어오르고 재처럼 흩어진다. 현실인지 상상인지 꿈인지 환상인지 분간할 수 없다고 생각한 순간 병원이다.

 

수안이 병실에서 눈을 뜬다. 3년 동안 혼수상태였단다. 깨어난 수안에게 엄마 금옥(임수정)이 달려가고 엄마와 이모할머니의 대화를 들으며 관객 또한 서서히 깨어난다. 언니를 찾는 수안을 보면서 현실임을 자각한다. 언니는 죽었다. 상실의 아픔은 목탄으로 타원형을 그리며 거칠게 뭉개놓은 그림책의 어둠을 닮았다. ,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구나. 마음에 검은 구멍이 뚫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심리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엄마는 이제 상담자인 동시에 내담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안 앞에 수련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났다. 정신없이 언니를 쫓아 들어간 곳은 식물원이다. 마침내 두 아이가 마주 보는 순간 그들 사이로 세계를 나누듯 물줄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제 공포다. 누군가와 똑같은 얼굴을 마주하는 일은 굳게 믿고 있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지며 존재론적 위협을 느끼는 일이다. 반가운 마음 이전에 근원적인 불쾌함이 찰나로 스쳐 간다. 누군가의 유일무이함이 무너지는 경험은 도플갱어에 대한 심리학적 이론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익숙함과 이질감이라는 상반된 감정의 충돌이 일으키는 혼란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재인(유나)이 언니가 아니라 언니와 닮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영화는 일종의 모험담이자 성장 서사로 방향을 튼다. 수련과 재인은 외모가 닮았지만 수련을 대신할 수 없다. 수안과 재인 서로에게 대체할 수 없는 존재를 꿈꾸며 우정을 쌓아가는 사이 왠지 모를 엄마의 불안은 점점 커지면서 서서히 수사물의 스릴을 끌어온다.

 

티켓을 끊고 <두 번째 아이>라는 대관람차에 탑승할 다른 승객을 위해 더 이상의 자세한 경로 설명은 생략하겠다. 영화는 이후에도 모성을 경유해 사람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힘이 내뿜는 광기를 지나 결국 대체 불가능한 개별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고찰하게 만든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마당과 지붕이 있는 폐쇄적인 2층 주택의 미감도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어떻게 보면 허황된 이야기를 믿고 따라가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은 배우들의 연기다. 이제는 엄마의 얼굴을 한 배우 임수정이 목소리, 표정, 눈빛으로 완성한 감정의 미세한 변화와 표현력은 클로즈업될 때마다 더 선명하게 전달되고 배우 박소이의 눈망울에서부터 12역에 도전한 배우 유나의 매력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안전바를 꽉 잡을 각오로 이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대관람차에 오르시기를 권한다. 이야기는 힘이 세다. 이 글(이야기)을 읽으신 분은 아직 경험하지 않았고 진실 여부를 파악하기 전임에도 대관람차에 오르자마자 긴장하며 안전바를 찾게 될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 제목이 <두 아이>가 아니라 <두 번째 아이>임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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