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사랑의 탄생> : 믿음의 산물

By 박진영

사랑은 창작자에게 원천과도 같은 존재다. 영화뿐 아니라 수많은 창작물이 사랑을 소재로 삼는다.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느낄 수 있을 뿐인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사랑을 다룬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늘 기대하게 된다. 창작자가 바라본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대답을 듣는 기분으로 말이다. What is love? 라는 질문에 각기 다른 대답을 듣는 일은 꽤 흥미롭다.

<사랑의 탄생>은 일상 속 스쳐가는 순간에서 피어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 지나간 후 남겨진 이들의 연대를 담아낸다. 한국인이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늘 지갑 속 주민등록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세호, 세상에 무심한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소라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준다. 우연처럼 찾아온 만남은 결국 필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영화가 그려내는 사랑은 아주 사소하다. 처음에는 그 사소함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사랑은 본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문제는 그 사소함이 일상에서 사라질 때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사람은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그리고 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사람은 붕괴된다.

<사랑의 탄생>은 바로 그 지점을 세심하게 포착한다. 사랑이 곁에 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소함이, 사랑이 지나간 후에는 하지 못한 채 남겨진 후회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후회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이 영화는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보여준다. 소라가 호텔 방에서 연인의 목소리를 듣는 장면이나, 세호가 연어알을 보고 엄마와의 대화를 떠올리는 장면은 그런 후회의 무게를 조용히 드러낸다. 관객인 나는 영화관을 나서면 ‘저런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막상 그런 순간의 일부가 되었을 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언젠가 나도, 어느 날의 세호나 소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영화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역방향’이다. 소라의 연인이 남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좋다”라는 말은 단순한 취향 고백이 아니라, 이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다. ‘역방향’이라는 감각은 상실의 고통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동시에 치유의 시작이 된다. 소라는 그 말에 영향을 받아, 멀어져 가는 것들을 바라보는 습관을 삶 속에 자리 잡게 한다. 그리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세호 역시 그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세호와 소라는 각자 지나간 사랑의 흔적을 외면하며 살아가지만, 서로의 존재가 점차 버팀목이 되면서 마침내 그 사랑을 마주할 용기를 낸다. 그리고 그 사랑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치유의 과정을 밟아 나간다. 영화는 이들의 여정을 조급하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그들이 괜찮아지기를 기다려준다.

지금의 시대를 누군가는 ‘혐오의 시대’라 부른다. 미움과 증오는 가벼워서 물에 잘 뜨는 게 아닐까. 수면 아래에는 여전히 사랑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그 사랑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사랑의 탄생>은 혐오가 둥둥 떠다니는 시대에 여전히 사랑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전한다. 언젠가 수면 아래 흐르던 사랑이 다시 떠오를 것이라는, 희망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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