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겨울날들> : 지난 여름 후에 찾아온 겨울날들의 무기

By 서은희

2023<지난 여름>에 이은 최승우 감독의 2025년 신작 <겨울날들>은 표면적으로는 이미지를 앞세운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은 내가 될 수도 있고, 우리가 될 수도 있고, 사람 혹은 인간이 될 수도 있다. <겨울날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만 머물다가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주인공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 <겨울날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행위를 하고 분명 목적도 있다. 그 목적과 행위라는 것이 일정한 서사구조에 딱 맞춰져 있는 건 아니다. 그들은 단체로, 혹은 개인으로 움직인다. 절대 그들을 하나의 전형화된 틀에서 관계를 엮을 수는 없다. 그들은 영화 서사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놀랍게도 그들은 하나의 축에서 움직이고 그 경로를 이탈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에게 접점이 맞춰져 하나의 사건 속에서의 상호 작용을 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들은 자석에 철이 붙듯 척척 붙어있다. 겨울이라는 조건, 추운 겨울을 버티거나 혹은 겨울나기를 하거나. 그들은 겨울이라는 소재에 붙어있다. 물론 주제도 겨울이다. 그래서 겨울날들이다.

 

영화 <겨울날들>은 소리로 시작하고 관객은 소리를 그저 받아들이면 된다. 사람들이 내뱉는 말소리 혹은 언어가 오고 가며 생성되는 의미를 인지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들의 행위 자체만 받아들이면 된다. 가히 신기한 체험이다. <겨울날들>은 애써 서사구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내용을 파악하려 애쓸 필요도 없다. 관객은 스크린 속에서 <겨울날들>의 단체가 벌이는 행위를 보면서 다큐멘터리로 빠져들다가 독립된 개개인의 행위를 본다. 그들의 행위 속에서 이야기의 앞뒤를 연상하거나 추론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겨울을 보낸다는 것, 그 자체의 의미만 놓고 영화를 보면 된다.

 

<겨울날들>은 반복적으로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 이미지들은 유려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쇼트와 쇼트의 결합으로 이미지가 축적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에서 쿨레쇼프 효과와도 같은 의미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최승우 감독은 철저하게 겨울나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감독은 제목 그대로의 겨울을 보내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래서 거기엔 현란한 내러티브가 필요 없다. 서사의 뼈대는 겨울이고 거기에 살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주제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최승우 감독은 그것을 간과하지 않았다. 그는 철저히 겨울나기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어떠한 복잡한 이야기를 넣게 된다면, 분명 겨울나기는 이야기에 침몰 될 것을 염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고르기 위해 티켓 카탈로그를 읽으면서 2023년 나는 <지난 여름>을 골랐다. 올해도 난 최승우 감독의 <겨울날들>을 골랐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온다. 본질에 충실한 영화, 난 최승우 감독의 영화가 불편하지 않다. 나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가 편하다. 서로 복잡하게 얽혀 이야기를 생산하고 관계를 엮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목적인 영화는 때론 불편하다. 최승우 감독의 영화는 내게 강요하지 않는다. 난 최승우 감독이 뿌려놓은 이미지를 그냥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다.

 

영화 <겨울날들>은 유난히 사운드의 힘이 엄청나다. 물론 이 영화에 웅장한 사운드가 관객을 압도해서가 아니다. 간결한 이미지 속에서 소리는 유독 크게 들린다. <겨울날들>이 전달하는 건 대사도 아니고 이야기도 아니다. <겨울날들>은 유별나게 소리만을 부각시킨다. 그것은 때론 소음일 수도 있다. 그것이 사운드 보다는, 소리보다는 소음이 된다고 한들 무엇이 문제랴.

 

겨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제목이 생각난다. 그해 겨울은 물론 따뜻하지 못했다. 겨울날들은 겨울이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함축이 숨어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겨울 동안 동굴에 틀어박혀 잠만 잔다. 겨울에도 살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인간은 일하고 움직인다. 옷을 두껍게 입고 유독 짧은 햇빛을 겨우 얻어내 어둠 속에서 살기 위해 움직인다. 겨울은 그런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겨울은 이겨내야 하는 조건이자 환경이다. 그래서 다른 스토리를 굳이 만들어내지 않아도 겨울은 시리도록 춥고 매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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