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미러 NO.3> : 상실과 상실이 마주칠 때

By 박주영

 무언가 고장이 났을 때, 우리는 그것을 수리해 다시 써보려 하기도 하고 아예 버린 채 새것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혹은 그냥 고장 난 그대로 놓지 못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때로는 수리한 것이 금세 다시 망가지기도 한다. 상실도 이와 비슷하다. 되돌리려 노력할 수도 있고 잊은 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기도 하며, 애써 외면한 채 그대로 두기도 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미러 NO.3>는 상실을 놓지 못한 채 살아가던 베티와 상실을 이제 막 겪은 라우라를 통해 그 이후 삶이 어떻게 계속되는지 응시하며 따라간다.

 

 라우라의 상실과 베티의 상실은 서로 거울을 바라보듯 대칭된다. 영화 초반 시골길을 달리던 차 안에서 라우라와 베티의 시선이 스치듯 마주치는 장면에서 둘은 서로의 결핍을 직관적으로 감지하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공명을 느끼며 연결된다. 거울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비추지만,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감정 구조를 이끄는 비유적 장치인 거울은 현재와 과거, 나와 타인, 상실과 그 흔적을 겹쳐놓으며, 관계 속에서 상실이 어떻게 재현되고 반복되는지를 구성한다.

 

 영화에는 고장 난 물건들이 자주 등장한다. 물이 새는 수전, 작동하지 않는 식기세척기, 방치된 정원, 조율되지 않은 피아노. 이 모든 사물은 영화 속 인물들의 심리적 고장 상태를 은유한다. 수리하려는 행위는 상실을 다시 ‘기능’하게 만들려는 시도이지만, 그것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베티의 남편인 리하르트와 아들 막스는 매일 남의 차를 고쳐주고 정비하면서도 정작 그들 자신도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은 집안 곳곳을 부유하고 있는 상실을 수리하려는 시도와 그것을 대체함으로써 은폐하려는 충동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하다.

 

  영화는 서사적으로 큰 사건 없이도 상실의 감각을 지속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또한 침묵과 정적, 반복되는 일상의 행위, 고장 난 사물들을 통해 감정의 균열을 시각화한다.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단 상실이 만들어낸 공간을 통해 그 감각이 어떻게 시간 속에서 부유하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상실을 하나의 사건이 아닌 시간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정서적 상태로 그려낸다. 고장 난 사물을 완전히 고칠 수 없듯이 상실도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상실과 상실이 마주칠 때, 그 감정은 단순히 반사되는 것을 넘어 서로를 굴절시킨다. 이 굴절은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작은 원동력이 된다. 영화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실과 어떻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음악에 맡기며 관객에게 결말을 넘겨준다. 원소 3부작 마지막 요소인 바람이라는 테마는 공간적 배경으로써 쓰임이 다한 것 같아 다소 아쉽지만, 원소 3부작을 아우르는 마지막으로는 아쉬움이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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