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 불통에서 오는 희미한 연결

By 추아영

<미스테리 트레인>(1989), <지상의 밤>(1991), <커피와 담배>(2003) 등으로 이어져 온 짐 자무쉬의 앤솔로지는 이제 현대 가족 관계와 COVID-19 이후 더 심화한 소통의 단절, 그에 얽힌 현대인의 불안을 탐구한다. 세 개의 가족 에피소드로 느슨하게 연결된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이하 <파더 마더>)는 인종과 국적이 다른 세 가족의 이야기로 현대 가족의 초상을 살며시 보여준다.  
 

영화는 미국 북동부, 아일랜드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 사는 독립된 세 가족의 에피소드를 따라간다. 첫 번째 에피소드 '파더'에는 호숫가에 있는 아버지의 외딴 집을 방문하는 두 남매(아담 드라이버, 마임 바이알릭)와 그들의 괴짜 아버지(톰 웨이츠)가 등장한다. 남매의 아버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에 머물러 있으며, 그의 성인 자녀들은 그가 갖고 있는 괴짜스러운 면모 앞에서 어색함과 거리감을 느낀다. 두 번째 에피소드 '마더'는 더블린에서 영국 출신 어머니(샬럿 램플링)와 두 딸(케이트 블란쳇, 빅키 크리엡스)의 불협화음의 만남을 그린다. 1년에 한 번 가벼운 티타임을 가지는 연례행사에서 그들은 실제 자기 삶과 진실을 숨기고, 표면적인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시스터 브라더'에서는 최근 비행기 사고로 부모를 잃은 쌍둥이 남매(인디아 무어, 루카 사바트)가 부모의 빈 아파트를 정리하며 서로의 개인적 상실을 마주하고 유대감을 쌓는 과정을 담는다. 

 

<파더 마더>는 짐 자무쉬 감독의 인장으로 가득하다. 옴니버스식 구성, 미니멀한 연출, 건조한 데드팬 유머와 침묵이 반복되는 대사의 호흡은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파더 마더>의 분절된 구조는 가족 관계의 복잡성과, 부모와 자녀 사이에 놓인 ‘알 수 없음’을 주목하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영화의 옴니버스식 구성은 다양한 가족의 형상을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성인 자녀는 부모의 집을 방문하는 과정을 통해 소외감, 사랑, 미해결된 갈등, 그리고 남겨진 비밀을 마주한다. 또 영화는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 장면으로 감독의 전작 <지상의 밤>을, 티 타임을 가지며 소통하는 인물들의 모습으로 <커피와 담배>를 연상시킨다. 국적과 인종이 다른 세 가족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듯하지만, 영국식 농담을 가족과 공유하는 등의 사소한 일상은 지극히 닮아 있다. 결국, 영화는 세 개의 에피소드로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짐 자무쉬는 영화의 초반부에 빌헬름 라이히의 책 『파시즘의 대중심리』를 인용하며, 현대 가족의 소통을 다르게 바라볼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빌헬름 라이히는 자신의 책에서 “권위적 가족 구조가 파시즘적 심리의 토양”이라고 언급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가족은 국가의 축소판이며, '아버지'는 가족 내 권위와 규율을 대변하며 사회 전체의 권위적 질서를 모방한다. <파더 마더> 속 성인 자녀들이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곧 권위와 자율성 사이의 균열을 경험하는 것이며, 부모와 자녀 사이에 놓인 ‘알 수 없음’은 가족 내에서 무조건적 복종이 붕괴되고서 발생하는 심리적인 상황이다. 짐 자무쉬는 근본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소통,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간극을 가족 내 권위와 복종이 직접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으로 바라보며 이를 긍정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짐 자무쉬가 그려내는 우주는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각자의 세계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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