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마지막 푸른빛> : 세계에 대한 저항, 개인의 욕망

By 이제열

Sci fi 장르, 판타지 장르는 대게 치밀한 세계관의 설정을 통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배경 공간의 법칙을 만들어내면서, 현실의 법칙과 교묘하게 일치시키는 일종의 비유를 알아챌 때 독자나 관객들은 흥분한다.

 

 극을 이끌어가는 것은 캐릭터이지만 Sci fi 장르, 판타지 장르를 쓰고자 하는 작가는 우선적으로 이런 백그라운드 작업을 통해 배경을 탄탄히 만들어 캐릭터가 살아갈 토양을 마련한다. 탄탄한 배경이 캐릭터 행위의 반경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푸른 빛>은 정반대의 방법을 사용했음이 틀림없다. 노인 여성이 여정을 떠나도록 만들고 싶어서 Sci-fi 디스코피아 장르를 활용했다. 브라질의 근 미래 사회에서는 노인을 ‘은퇴 구역’으로 격리시키는 사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77세의 노인 테레사는 예상보다 5년 앞당겨진 격리 지침에 의해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은퇴당하고, 격리 구역으로 갈 일만 기다리고 있다. 영화의 전반부는 테레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준다.

 

 테레사의 집 앞에 노인을 공경한다는 의미로 달아놓은 커다란 월계수 장식이나, 국가에 헌신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서 준 메달은 겉으로는 공경과 존경의 의미를 담는 것처럼 말하지만, 낙인이며 표식이다. 노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운영중인 노인 경찰차는 철장 안이 훤히 보이는 구조로 되어 있어, 오히려 모멸감을 비추어낸다. 그 어느 곳을 가든 신분증을 요구하며, 자녀의 허락이 없으면 이동 교통 수단은 이용할 수가 없다. 노인을 은퇴구역으로 보내지 않고 숨긴 집안의 재산을 몰수된다.

 

 일생 고된 노동 속에서 가족을 부양했던 테레사의 소원은 간단했다. 그냥 비행기를 한번 타고 싶었다. 은퇴구역으로 들어가기 전에 비행기를 타려고 여행사를 찾았으나, 딸은 허락해주지 않는다. 분명 이 간단한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딸에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치욕이다. 

 

 이처럼 <마지막 푸른 빛>은 디스토피아 장르에서 주로 등장하는 세계관의 디테일을 활용하여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보여주고 관객이 이를 통해 이 사회의 법칙과 은유를 상상하게 한다. 

 

 영화는 브라질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 노인들을 격리시키고 있는 것인지, 대체 어떤 유용한 가치가 있기에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자해 이런 국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이 당도한 은퇴 구역은 대체 어떤 곳인지 보여주지도 않고 설명하지 않는다.

 

 억압된 환경에 대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그 백그라운드를 구체화하지 않은 것은 이런 억압과 자유를 위한 갈망이라는 질문을 모든 곳에 두루두루 적용될 일종의 방정식처럼 보편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상당히 작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의 디스토피아 세계는 테레사가 여정을 떠나도록 내모는 영화적 “장치”처럼 보인다. 로드무비를 작동시키는 페이소스로 보일 수도 있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인내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을 느닷없이 사회의 저변 궁지로 몰아넣으며 도망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런 한편, 관객이 이입하는 대상인 테레사에게 이런 세계의 정합성은 사실 중요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세계의 작동은 우리에게 감춰져 있으며, 개인이 그것을 소화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방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극의 끝에서도 이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여전히 테레사의 세계에 머물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테레사가 떠나온 여정을 통해 그녀의 자유 의지만큼은 회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테레사가 여정 중 만나는 사람들간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테레사의 욕망을 한 단계 한 단계 더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하루를 영위하기 위해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던 테레사가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욕망을 발현하고 스스로 행동하게 된다. 

 

 <마지막 푸른 빛>은 세계관의 정합성을 확립하기 보다 억압과 자유, 존엄과 모멸이라는 양극단이 인간의 삶에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며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현실과 세계를 대입하게 만든다. 치밀한 세계관과 거대한 서사로 관객들을 이끌었던 Sci-fi 디스토피아 장르의 법칙을 허물고 그 안에 한 개인을 관찰하는 새로운 시도로 보인다. ​어쩌면 디스토피아에 저항하는 가장 적절한 서사로 보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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