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이카이노 전기> : 명백히 존재한 공간, 이카이노

By 하지우

<이카이노 전기> : 명백히 존재한 공간, 이카이노

 

 

  이원식 감독의 <이카이노 전기>는 재일조선인들이 밀집 거주했던 지역 ‘이카이노’에 대한 이야기다. 이카이노는 1910년경부터 조선인들은 살기 위해 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또 기차를 타 도착한 곳이었다. 이카이노 이름의 유래는 돼지 사육과 관련되어 생겨났다. 처음 이곳에서 돼지 사육이 승인되고 조선인들은 대거 돼지를 사육하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조선인들의 터전이 된 이곳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화의 주요 흐름은 이카이노의 재일조선인 1세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4세대의 인터뷰로 이루어진다. 재일 조선인들은 4.3사건, 한국전쟁 등 여러 역사적 배경 하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본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식민지 치하에서부터 독립 후까지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차별받지 않기 위해 조선인임을 숨기는 것이 삶에 유리하기도 했으며, 일본인으로 귀화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재일 조선인의 위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을 인터뷰로 그려낸다. 개인의 삶의 영위와 정치적 위치성에 대한 고민들인 것이다.

 

 

  대부분의 조선인들은 일본 내에서 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조선인임을 숨겨야했고, 국적 취득을 위해서는 원치 않은 분단 현실을 받아들여 남한 국적을 갖거나 일본으로 귀화하여야 했다. 이는 조선인으로써의 기존 정체성과 부딪히는 부분이었다. 이카이노 지역 내에서도 남과 북의 이념 해체는 일어났고, 가족 내에서도 일어났다. 일본의 이카이노라는 지역으로 이주하였지만 국가적 의식은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일 조선인이라는 위치성은 일본 내에서 생활하는 것의 걸림돌, 낙인, 혐오의 대상으로 분리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재일조선인의 정체성을 꿋꿋하게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부분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은 단 한 번도 공평하게 자신들의 위치를 인정해준 바 없었지만 그 역사를 이겨내고 자신들의 영역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정육점을 하는 한 재일 조선인을 인터뷰에서 자신의 화려하고도 무모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들을 혐오하는 사람들을 마주친다면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였다. 하지만 그런 위트 뒤에 경계심과 편치 않은 마음이 드러났다. 그가 피는 담배와 고된 표정이 그 말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한류 등 한국에 대한 선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카이노라는 명칭에 붙은 더럽고 냄새나는 조센징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일본은 이카이노 지역을 세 가지 명칭으로 변경하고 구획하였다. 이렇게 삭제된 이카이노라는 이름 위에 세워진 이 공간은 한류에 바람을 타고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가게가 생기고,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었다.

 

 

  여기서 이 영화는 이카이노의 시간과 역사 그리고 사람들이 지워지고 있는 현재, 이카이노 지역을 소환하여 마지막으로 남은 이카이노라고 명시된 주소를 응시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재일조선인1세대부터 4세대까지 회환으로 눈물짓기도 하고 춤추기도 한다. 역사의 흐름 안에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앞으로의 세대를 걱정한다. 지금의 이카이노는 상상의 공간처럼 70년대 이후 사라진 명칭이지만, 마지막 주소가 보여주듯이 명백히 존재하였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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