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스트레인지 리버> : 성장통의 순간

By 이형용

오프닝 시퀀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달려가는 자전거의 옆모습이 보인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소년의 자전거는 나무와 풀숲에 가렸다가 보이길 몇 차례 반복한다. 이내 멈춘 자전거, 소년의 눈은 관객을 응시한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동적인 움직임이 일순간 정지하듯 하우메 클라레트 묵사르트 감독의 <스트레인지 리버>는 선형적 흐름 속 머무르는 순간들을 그려낸 영화이다. 영화는 어느 가족의 자전거 여행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가족의 첫째 아들인 디다크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한여름 내리쬐는 햇볕 아래 움직이는 다섯 자전거, 아이들은 강을 보자 수영하자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물은 주요한 소재로 활용된다. 물은 흐르기도 하고 고이기도 한다. 가족의 여정과 함께하는 도나우강은 흐르기도 하지만 디다크에게는 종종 주저하고 머무르는 은유적 공간이 된다.

 가족의 움직임은 장대비를 만나거나 방향을 잡지 못해서 멈칫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이동을 멈추게 하는 주요한 요인은 밤이다. 낮에 자전거의 이동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흐름은 밤이 되면 정박하고 디다크의 내적 방황이 표현된다. 디다크는 강가를 바라보거나 밤 수영을 하거나 주변을 서성인다. 이런 디다크에게 어두운 강물 속에서 알렉산더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영화 초반 주로 말을 거는 것은 디다크의 시선이다. 알렉산더를 바라보는 디다크, 주변 남자들을 의식하는 디다크 그리고 관객을 바라보는 디다크. 디다크는 극중 인물 간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말하지 않는 감정들에 대해 눈으로 전달한다. 그 때문에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카메라가 인물이나 사물에 매우 가까이 위치하고 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한다. 텐트 속 아이들, 강물, 강물 속 알렉산더를 그려내는 방식이 주로 그러하다. 그에 반해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카메라는 주로 원경으로 화면을 채운다.

 또한 영화의 초반부, 흐름과 단절의 간격이 매우 명확했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그 간격이 모호해지고 옅어진다. 특히 수면 아래에서 존재하던 알렉산더의 존재가 땅 위에서 목격되는 순간은 대학교 건물을 둘러보며 가족의 이동이 느슨해진 시기이며, 밤에만 환상처럼 보이던 그가 한낮에 형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영화는 알렉산더의 존재가 드러남과 함께 현실에서 조금 더 멀어지는 듯하며 끝없이 달리기만 하던 한낮의 움직임은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머무르게 된다.

 이러한 영화 속 흐름과 머무름은 주인공인 디다크의 상황과도 맞닿아있다. 성장하는 시간을 긴 동적 흐름으로 볼 때 디다크의 성장통은 정적인 순간들이며, 이 영화가 다루는 내용도 바로 그 지점이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성장의 어느 지점, 인생 속 어느 과정의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화 속 그러한 표현의 실체가 곧 알렉산더이다. 첫사랑을 통해 고민하는 청춘인 디다크에게 알렉산더는 고민이자 성장의 변화 그 자체의 발현이다.

 디다크와 알렉산더는 보트를 타고 주저 없이 나아가다가도 멈추어 그 안에서 잠들기도 한다. 특히 수문을 열기 전 수위를 맞추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는 디다크의 모습은 마치 고민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과 같으며 영화는 이 장면에서 디다크를 오래 보여준다.

 정적의 순간들은 쌓여 시절의 흐름을 만든다. 이는 디다크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합 일을 그만두고 나온 건축가 아버지도, 바라던 만큼의 무대를 다 서보지 못한 어머니도 어쩌면 우리가 모두 겪고 있는 각자의 인생 속 모든 고민의 순간들이 모여 내가 살아 나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알렉산더와의 열병 같은 시간이 지나고 막냇동생인 기우가 말한다. 모든 강줄기가 하나의 강으로 흘러 들어가면 각자의 고유한 이름들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요? 삶의 큰 흐름 속에서 우리의 순간순간들은 무의미한 것인가? 하지만 영화는 이내 디다크의 모습을 비추며 답한다. 삶에서 주저한 모든 순간이 시간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디다크의 목덜미에 알렉산더의 흔적이 남아 있듯이 우리의 그 모든 성장통의 기억들은 우리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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