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영화제가 사랑하고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크리스티안 펫촐트 감독의 신작 Mirror's No.3 는 지금까지 감독의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분명 펫촐트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영상과 묘한 분위기가 영화 내도록 느껴지지만 감독이 다루었던 영화들보다 조금 더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의 주제가 밝지는 않지만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지금까지의 감독의 영화와는 다르게 조금 다르게 표현하고 있어 펫촐트 감독의 팬들에게는 조금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 라우라(Laura)가 혼자 강을 바라보고 있는 채로 시작되는데 그 장면은 너무나 펫촐트 감독 특유의 사연이 있는 여주인공 그 자체라서 이 영화가 전작들과 비슷하게 흘러 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한 라우라는 남자친구와 그의 지인들과 여행을 가는 길에 베티를 마주친다. 처음 길에서 서로를 마주친 짧은 순간부터 두 배우가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만 봐도 관객은 그들이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크게 교통사고를 당해서 남자친구는 죽었지만 이상하리만큼 다치지 않은 라우라는 병원보다 베티의 집에 머무르기를 원하고 베티도 낯선 그녀를 그녀의 집에서 지내게 해주면서 이야기가 발전된다. 니나 호스의 뒤를 이어 펫촐트 감독의 뮤즈로 활약하고 있는 파울라 베어(Paula Beer)와의 협업도 벌써 4번째이다. 그러다보니 파울라 베어가 초반에 보여주는 그 사연 있는 얼굴은 이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변해가는 보는 것은 또 새로웠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녀의 미소가 계속 생각난다.
처음 만난 사이이지만 라우라와 베티는 이상하리만큼 자연스럽게 지내게 되고 적대적이었던 남편과 아들마저 다시 베티의 곁으로 다시 한 가족의 삶으로 재결합되는 것처럼 보인다. 라우라 또한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지인들에게는 사회성 없는 극 내향인 인 것 같았지만 베티 가족에게는 마치 이미 알고 있던 익숙한 가족인 것처럼 행동하고 베티 가족의 삶에 스며들게 된다. 베티 가족의 상처를 관객은 곧 알게 되지만 라우라 만큼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이상하리만큼 큰 의문도 갖지 않는다.
펫촐트 감독의 팬이라면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쇼팽이나 바흐 등과 같은 클래식 음악의 사용도 뛰어나지만 디제시스 사운드를 이용해 감정을 건드리는 연출에 탁월하다. 특히
이 영화에서 펫졸트 감독 특유의 상실과 과거의 기억을 다루면서도 이번에는 이 상실의 상처를 어떻게 회복해가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감독의 전작 영화들에서는 인물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그들이 어쩌다 감각을 잃었는지에 조금 더 집중해왔다는 점과 연인관계가 아닌 가족 모두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도 다르다. 그리고 늘 여운을 남겨왔던 전작들만큼의 엔딩은 아니지만 펫졸트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확실히 아는 감독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펫졸트 감독의 작품 중에 뛰어난 걸작에 견줄 바는 아니고 관객의 취향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펫촐트의 이야기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극중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다가도 보다보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