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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린의 부엌> : 검은 장벽을 넘어 나만의 색을 찾아서

By 김도연

<암린의 부엌> 오프닝 시퀀스는 인도 영화답게 흥겨운 발리우드 스타일이다. 좁은 골목에서 봄을 맞이하는 힌두교 축제인 홀리 해이(Holi Hai)를 맞아 마을 사람들이 색색의 가루를 뿌리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하지만 주인공 암린은 거기 어울리지 않고 집 안에서 요리한다. 그녀는 이슬람 신자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검은 장벽 속에 갇혀있던 무슬림 여성이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인도에서 '무슬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중의 억압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류가 힌두교인 사회에서 무슬림은 소수자로 차별 받는다. 암린은 남편이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생계를 위해 상류층 가정의 조리사로 일하고 싶어 하지만, 히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들다. 겨우 구한 일에서도 주인집의 가족 행사가 있는 날에는 히잡 벗기를 강요받는다. 그리고 무슬림 가정에서 여성이 바깥일을 하는 것은 남성의 명예를 깎는 일이다. 겨우 남편을 설득해 동네 사람들 몰래 나가지만, 이웃 남성의 미행으로 그녀의 행선지가 들통나고 만다. 이 씬은 무슬림이라는 공동체가 여성을 어떤 식으로 옭아매는지를 잘 드러낸다.

 

암린이 찍힌 사진을 남편이 발견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무슬림 여성의 사진 촬영은 종교적 금기이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현지인 여성을 촬영하면 벌금형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암린은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카메라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이는 금기에 도전하는, 그래서 주체적인 여성이 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다. 출퇴근길에 타던 배의 타륜을 본인이 직접 잡는 상상 속 쇼트는 마침내 자신의 인생 항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무슬림 여성이 입는 옷은 단계가 있는데, 머리만 가리는 히잡,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 얼굴까지 가리는 부르카로 점점 더 엄격해진다. 암린은 결혼 전에는 아바야를 입었지만, 결혼 후 부르카까지 쓰며 눈을 제외한 모든 신체를 검은 천으로 가린 채 지냈다. 출근길, 다채로운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그녀를 보면 검은 옷이 마치 감옥처럼 느껴진다. 암린은 평소 “내가 좋아서 입는 거예요.”라고 말했으나, 꿈속에서는 모든 것을 벗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원하는 사람 앞에 선다. 비록 꿈에서 입은 옷은 여주인의 하얀 원피스지만, 앞으로는 그녀 자신만의 색과 모양을 가진 옷을 입게 될 것이다.

 

1980년생 배우 출신 여성 감독 타니슈타 차테르지는 가난한 무슬림 여성이 계급적으로, 종교적으로, 성적으로 억압받는 상태에서 스스로 해방을 이루는 서사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리드미컬한 편집, 흥겨운 음악으로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연출하였다. 소수 전이암 4기로 투병 중 작업을 마무리한 의지에 박수를 보내며, 건강을 되찾아 앞으로 더 오래 연출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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