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패닉 버튼> : 앞으로 어떤 길이 될 것인가?

By 이지섭

길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감히 추측하자면, 길은 오래전부터 사람과 함께 했을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더 편하고 더 빠르게라는 목적하에 도로들이 정비되고 잘 닦이고 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는다고들 한다. <패닉 버튼>은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도로 위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가문들이 거대한 규모로, 장기간 벌어진 밀수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감독 사마라 사긴바예바와 주인공 알리 툭타쿠노프는 밀수가 이뤄지던 그 길을 타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속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보인다. 첫 번째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눈에 보이는 실체적인 도로다. 이 길에는 차량뿐만 아니라 말과 염소도 함께 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도로 위에 수십 마리의 가축들이 다니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차도 위의 동물들이 아니라, 차도 위의 트럭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당연한 모습이 당연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이 영화의 매력은 커지기 시작한다.

 

 두 번째 길은 보이지는 않지만,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존재하는 시간적 길 (time-line)이다. 감독은 키르기스스탄의 문화는 여전히 구소련적 시대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주요 사건도 적어도 15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주인공 알리에겐 밀수의 증거로 돈의 ‘흐름’이 기록된 문서가 등장하기도 한다. 수없이 많지만, 거대 권력에 의해 숨겨진 길들은 앞서 언급한 첫 번째 길이 만들어진 이유를 의심하게 한다. 어쩌면 실체적인 도로는 소수 권력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게 된 것은 아닐까. 운반과 이동의 편이성을 위해 닦인 도로지만, 반대로 뻗지 않은 곳 없이 매우 깊숙한 곳까지도 침투해 있는 종양과도 같은 것은 아닐까?

 

결국 감독 사마라와 주인공 알리는 첫 번째길 위에서 숨겨진 두 번째 길의 진실을 찾으려는 구도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위협받고, 안전을 위해 방송국 건물과 안전 가옥에서 칩거하게 된다. 하지만, 이 인물들은 정신적 주체는 계속해서 두 번째 길을 걷지만, 육체는 길 위를 걷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운동하는 직선으로서의 길을 나서지 못하고, ‘패닉 버튼’과같이 점이 되어 진동하며 갇혀있을 뿐이다. 진실은 진리가 아닌 부정을 가림으로써 만들어지고, 가림을 걷어내는 것이 위험이 되는 모습은 비단 키르기스스탄만의 문제가 아닌 듯해 조금의 씁쓸함도 느껴진다.

 

 영화는 현실에 대해 경고하고, 염려하고, 주의할지언정, 정말로 그렇게 되길 희망하진 않는다. 영화도 키르기스스탄의 부정부패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하지만, 굴복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적지 않은 다큐멘터리가 그렇듯, 일련의 사건은 사람이 다시 희망하게 만든다. 이러한 극적인 전환 역시 위에서, 키르기스스탄 국민에 의해 이뤄진다. 그들 모두 위에 있다. 길은, 결국 사람이 반복해서 같은 곳을 돌아다녀 땅이 다져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알리와 사마라가 호숫가의 자갈밭을 걷고, 아이들이 잡초가 무성한 위에서 노는 모습에서는 언젠가 새로 다져질 길이 겹쳐 보이는 듯하다. 영화의 바람처럼, 키르기스스탄이 나은 길을 걸을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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