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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 상실을 기억해내는 방법

By 오민석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 사이에 일어난 여러 사건과 그로 인한 관계의 변화를 그려낸 영화다. 하은을 짝사랑하는 세미는 하은의 죽음을 목격한 꿈에서 깨어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녀가 있는 병원을 찾아간다. 하은과 즐겁게 장난을 치고 수학여행을 함께 가자고 조르는 세미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순수하고 열렬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은을 만난 세미는 일상적인, 즐거운 대화를 함께 나누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감은 계속 증폭되어만 간다. 불길한 꿈, 참새 시체, 불안하게 반쯤 걸쳐 있는 물컵, 조금씩 흔들리는 카메라 등. 시작부터 몽환적이고 순정만화처럼 밝은 톤을 유지함으로써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시하지만 관객들은 앞서 말한 암시들을 통해 어딘지 모를 불안감을 계속 느끼게 된다.

 

불안한 것은 세미의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하은에 대한 세미의 마음은 처음에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워 보이나 극이 진행될수록 그것이 집착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하은은 다리를 다친 상태고 이상한 대학생에게 스토킹을 당하기도 해서 상당히 복잡한 심경이지만 세미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다그치기만 한다. 하은 역시 계속되는 집착에 지쳐 쌓아왔던 감정을 뱉어내고 둘은 갈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세미는 하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며 한 단계 성장한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스토커를 찾아내서 하은이 안고 있던 고민을 깨닫고 오해를 푼다. 이후 실종된 개를 하은과 함께 주인에게 데려다 주면서 상실을 경험한 주인의 심정을 이해하며 비로소 상대방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큰 변화는 세미가 꿈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억해 낸 것이다. 꿈속에서 세미는 수학여행을 다녀왔지만 동네에는 아무도 없고 죽은 채로 엎드려 있는 하은을 발견하고서 슬퍼한다. 그러나 곧 누워 있던 하은은 세미로 바뀌고 오히려 하은이 죽은 세미를 바라보고 있는 초현실적인 상황이 펼쳐진다. 너가 나로, 내가 곧 너로 변한 것이다. 이제 세미는 타자로서의 하은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영화는 두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 성장담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품 전반부부터 여러 가지를 암시하며 관객들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이는 스토리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섬세한 은유를 통해 넌지시 제시된다. 극이 진행되며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둘씩 맞추다 보면 어느새 엔딩에서 세미가 반복적으로 속삭이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감흥을 일궈내는데, 그것의 내용은 아마 관객들마다 다를 것이다. 공통의 기억을 불러내 관객 각자가 떠올리는 대상들을 애도할 수 있게끔 해준다.

 

<너와 나>는 단순한 퀴어 로맨스물인가 싶다가도 극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성장물의 면모가 더 돋보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꿈과 현실을 왕래하며 경계를 허무는 다소 초현실적인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종래에는 주어진 여러 암시들을 통해 공동체의 기억을 끄집어내 각자의 애도 작업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저마다의 서로 다른 감정들을 공유하며 타자의 상실을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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