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가>는 러시아 혁명이 이뤄낸 찬연한 성취 이면의 어두운 부분들에 시선을 두고 있는 영화이다. 그리고 강고한 원칙들에 휘둘린 힘없는 사람들의 삶에 애잔한 시선을 보낸다. 정말 혁명이 가져다 준 변화는 민중들의 삶을 보다 이상적으로 바꿔놓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우즈베키스탄의 한 조그만 마을. 세 명의 아내를 거느린 이스칸더는 10월 혁명의 와중에 얼떨결에 연설가가 된다. 당은 그의 타고난 선동가로서의 재능은 필요로 하지만 그의 일부다처의 가족 체계는 묵과할 수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언변은 혁명을 위해서는 유용하지만 자신의 삶을 지키기에는 무기력하다. 말을 잃은 사람은 그 뿐만이 아니다. 그의 세 아내는 시종일관 침묵하고 휘둘리지만 감독들은 그들에게도 초점을 맞춘다. 결국 이스칸더는 당 서기관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과 그의 세 아내와 영원히 헤어져야 할 운명에 처한다. 혁명이 그것을 원하므로. 진정 인간은 혁명의 도구일 뿐인가? 손자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일 뿐인가? 인간적인 삶의 조건들에 대한 개혁이 가진 비인간적인 얼굴에 대한 작은 보고서.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