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삭발’한 영화 <와호장룡>은, 이안 감독이 <음식남녀> 이후 중국어로 만든 첫 영화다. 할리우드로 진출해 아시아 감독으로서는 놀랍게도 <센스 앤 센서빌리티>, <아이스 스톰>, <라이드 위드 데블> 등을 성공적으로 작업한 만큼, 그 특유의 ‘센스 앤 센서빌리티’ 로 그려낸 무협의 세계는 기존의 컨벤션과 사뭇 달랐다. 무엇보다 기존 무협 영화의 익숙한 주인공이 아닌, 늘 슈트를 입은 모습으로만 기억되던 주윤발이 무당파의 마지막 고수가 된 것이 놀라운 신의 한 수가 됐다. <매트릭스>로 할리우드에 새로운 액션 스타일을 이식한 원화평 무술 감독의 지도로, 주윤발이 경공 최상의 경지인 능공허도로 물과 대나무 위를 사뿐히 걸어 다닐 때, 영화가 궁극적으로 담고자 했던 ‘자유’가 비로소 그 실체를 드러낸다.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유영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그가 바로 서사의 중심이다. (주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