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난치성 질환 환자가 된 세르히오는 지금까지 의사로서는 느끼지 못했던 의료 시스템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온몸으로 겪게 된다.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몸뚱이, 치료비를 걱정하는 아내, 병간호 중에도 아웅다웅 하는 자녀들,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경험담을 기록해 환자로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것뿐이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아이러니하고 유머스러운 사건 전개를 직조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며, 티키타카 대사를 주고 받는 배우들의 호연이 재미를 배가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하찮음>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젠가는 자신의 취약함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찾아야 할 나의 미래의 초상일 수도 있기에 더 강한 울림을 지닌다. (박가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