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어느 대학 선반에서 메모리 카드와 오려진 신문기사들, 말린 꽃이 담긴 상자가 발견되었다는 자막으로 시작하는 <무지의 밤>은 ‘파운드 푸티지’의 개념을 자신의 미학적 방법론으로 끌어온 대담한 스타일의 다큐멘터리다. 그 상자엔 영화과 여학생이 쓴 편지도 들어 있다. 흑백의 푸티지 영상 위에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에게 쓴 편지가 보이스 오버로 낭독되자 인도 청년들의 꿈과 열망, 기억과 환상이 쓰라린 현실과 충돌하며 몽환적인 형체를 드러낸다. 이건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혁명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도 실패했고 혁명도 실패했지만, 그들 가슴은 여전히 뜨거운 열망으로 들썩인다. 사적이면서 정치적인 서사를 창의적인 예술적 비전으로 제시한 새로운 세대의 다큐멘터리. 올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최고의 다큐멘터리에 주어지는 황금눈(L′Œil d′or)상을 수상했다. (강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