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1차 세계대전 참전을 목전에 둔 이탈리아. 아름다운 섬 카프리의 양치기 소녀 루치아는 가족과 함께 목가적인 삶을 이어가던 중, 나체로 자연을 만끽하는 외부인 집단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젊은 예술가들로, 예술적 이상을 실현할 코뮨의 공간으로 카프리를 선택했던 것. 낯설기만 한 그들의 모습에 겁먹었던 루치아는 점점 그들과 가까워지며 새로운 삶의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아라는 개념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19세기 이탈리아 낭만주의의 거장인 시인 자코모 레오파르디를 다룬 <아름다운 청년, 자코모 레오파르디>(2014)를 통해 격동의 근대 이탈리아를 지나온 인간정신을 탐구했던 마리오 마르토네는 <카프리 레볼루션>에서 정치 사회적 격변 앞에 선 20세기 초 이탈리아를 카프리라는 작은 우주 안에 담아낸다. 루치아와 코뮨의 리더 세이부, 그리고 섬의 젊은 의사 카를로는 당대를 살아온 젊은 세대의 상이한 얼굴들이다. 특히 격변의 시대, 루치아라는 소녀를 통해 재현되는 근대적 주체의 모습은 전작을 통해 마르토네가 천착해온 역사적 관심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박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