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여름, 엄마가 질병으로 세상을 뜬 뒤 고아가 된 여섯 살 소녀 프리다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카 탈루냐 시골 삼촌 댁으로 보내진다. 프리다는 슬픔에 맞서 싸우고, 새로 생긴 어린 동생을 책임지느라 고군분투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1993년의 여름>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영화로,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카메라는 말수 적은 소녀를 따라가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행동은 물론 마음까지도 섬세하게 읽어낸다. 순간순간 비추는 소녀의 행위와 표정을 통해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생성하도록 이끈다. 영화 초반에 주위를 관찰하는 소녀의 시선과 그 후 그녀를 관찰하는 제3의 시선을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엮어냄으로써 유년기의 한때를 재구성해낸 부분도 탁월하다. 대부분 시골 자연에서 펼쳐지는 가슴 시리면서도 아름다운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장편데뷔작상에 빛나는 수작으로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이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