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결혼과 신의 부재에 괴로워하던 헬레네는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에두아드를 찾아가 마음속 공허함의 뿌리를 캐보고자 한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가까워진 둘은 서로의 고민과 비밀을 공유하기에 이른다. 포르노에 강박증을 가진 에두아드를 돕기 위해 헬레네는 둘만의 실험에 기꺼이 참가한다. 뒤돌아보는 여성의 얼굴을 보여주는 첫 장면이 시사하듯 이 영화는 여주인공이 스스로 인생의 역경을 헤쳐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감독은 몇몇 장면만으로 단조로움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무서운 폭력과 좌절을 감추고 있는 중년 여성의 결혼생활을 보여준다. 묵묵히 일상을 이어가는 주인공의 무표정한 얼굴은 오랜 좌절과 포기의 흔적을 담고 있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희망 없어 보이는 삶을 영위하던 그녀가 변화해가는 여정은 내면의 힘으로 삶의 방향타를 조종하여 ‘근원적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영화의 교훈과 맞물려 의미심장하다. 두 중년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탄탄한 구성의 드라마이다. (이수원)